올림픽 성화가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다시 타올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제 성대한 개회식을 하고 17일간 대장정에 돌입했다. 총 92개국에서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해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다. 이들이 15개 종목, 306개 메달을 놓고 땀과 열정으로 써내려갈 감동의 ‘설원(雪原) 서사시’는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4대 스포츠 제전(여름·겨울 올림픽, 축구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을 모두 개최한 세계 다섯 번째 국가가 됐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잘사는 나라들의 경연장’으로도 불린다. 경제력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도 일정 수준 이상인 국가에서 열려왔다. 따라서 단순히 스포츠 제전에 머물지 않고, 그 나라의 진면목과 국격(國格)을 확인할 수 있는 장(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평창올림픽의 의미는 우리에게 더욱 각별하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에서 ‘동방의 작은 나라’가 산업화·민주화를 이뤘음을 세계에 알렸고, 2002년 월드컵으로 역동성을 과시했다면, 평창올림픽은 ‘품격 있는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통유산과 한류, 친절 등 문화의 품격, 5세대 이동통신(5G) 등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하이테크의 품격, 그리고 결과보다 땀과 눈물을 기억하고 인류 평화와 화합을 지향하는 보편 가치의 품격이 그것이다.
아울러 평창올림픽은 4대 스포츠제전을 치르고,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 진입을 앞둔 나라다운 선진시민으로서의 ‘아비투스(habitus·근본 성향)’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숱한 고난을 딛고 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쉼 없이 달려온 한국인의 저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제는 세계시민으로서 글로벌 리더 자격을 갖춘 ‘품격 있는 한국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평화의 제전에 북한도 참가했지만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 국면이 바뀐 게 없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오히려 한반도 긴장은 올림픽 이후 더 고조될 수도 있다. 김여정 등 북한 방문단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정작 올림픽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올림픽의 ‘열정’ 못지않게 한반도 정세에서의 ‘냉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제 온갖 갈등을 잠시나마 접고 올림픽 성공을 위해 온힘을 모아야 할 때다. 메달 수보다 최선을 다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치는 선수들에게 더 박수를 쳐주자. 평창올림픽을 디딤돌 삼아 ‘품격 있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