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생태계 활성화하자"

해외 임상비용만 수천억 들어
바이오 스타트업 부담 덜게
신약 상업화까지 일괄 지원

지원 대상 바이오벤처 선별
도움 대가로 지분 요구 안하고
수익 일정비율 받아 '회수'
삼성바이오에피스(대표 고한승·사진)가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개발하는 바이오의약품의 해외 임상시험과 제품 상업화를 지원하는 협업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도 모두 댄다. 5종이 넘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상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바이오 스타트업의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자금 부담 때문에 해외 임상을 주저해온 바이오 스타트업의 신약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상설계부터 허가까지 원스톱 지원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스타트업과의 상생 협력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 대상을 찾는 일을 시작했다. 현재 복수의 후보군을 선정해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사를 세우거나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임상대행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전임상(동물실험)을 마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단계에 접어든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다. 1~3상 단계에 있는 후보물질이 모두 대상이다. 임상을 마친 뒤 생산공정 개발, 허가, 출시 등 사후 단계 지원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지원 대상 스타트업과 협의해 조율할 계획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계약 시점 이후부터 발생하는 임상비용을 부담한다. 1상부터 2~3상을 거쳐 허가와 제품화 단계까지 소요되는 비용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대부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번 협업 프로그램의 목적은 국내외 바이오 스타트업을 지원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라며 “수익 사업과 사회공헌 사업으로서의 성격이 모두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활성화로 산업 생태계 조성”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임상을 직접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환자 수를 정하고 지역을 선별하는 등 임상을 디자인하는 일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천문학적인 임상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 임상 운영 노하우도 필요하다. 현지 의료계와의 네트워크도 탄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벤처 상당수는 가능성 높은 후보물질을 확보했어도 글로벌 임상에 어려움을 겪거나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임상 1상에 진입했더라도 상업화에 성공할 확률은 10% 안팎에 불과한 것도 바이오벤처에는 부담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뒤 지금까지 모두 5종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베네팔리 등 3종은 유럽 등지에서 판매 중이다. 이 같은 빠른 개발 속도는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임상 지역과 임상 단계 등을 감안하면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쌓은 글로벌 임상은 수백 번에 이른다. 임상 전문인력을 꾸준히 영입한 덕분에 수년 전부터 해외 임상대행업체(CRO)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임상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업 프로그램은바이오 스타트업의 임상 성공 확률을 끌어올리고 개발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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