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코오롱생명과학

무릎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통증·기능 개선 신약으로 국내 허가
현재 美서 마지막 임상단계 3상 진행

이웅열 회장의'뚝심'
"신약 개발기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든다"
그룹내 반대에도 19년간 1100억 투자

아시아 시장서 벌써 성과
홍콩·마카오에 170억원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약 개발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수십만 개의 물질 중 새로운 후보를 발굴해야 하고 전혀 다른 작용 기전을 찾기 위해 수만 번의 실험을 해야 한다. 모든 제약·바이오 회사가 신약을 꿈꾸지만 선뜻 뛰어들 수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신약 개발 환경은 더욱 척박하다. 국내 400여 개 제약사 중 신약을 배출한 곳은 20개사뿐이다. 1999년 첫 국산 신약이 허가받은 이후 20년간 국내 회사가 개발한 신약은 30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제품은 아직 없다. 이전에는 없었던 혁신 신약도 드물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신약 황무지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세계 최초 무릎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국내 허가를 받았고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연간 6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로 키우는 게 목표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국산 신약 중 글로벌 톱 10위권에 들 수 있는 제품은 인보사뿐”이라며 “인보사 이전과 이후로 한국 신약 개발 역사가 나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 첫 동종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는 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만든 세계 첫 동종 세포 유전자 치료제다. 유전자 치료제란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거나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환부에 투입해 증상을 고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해 개발이 어렵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해 7월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보사의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세계 아홉 번째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한 국가가 됐다.

인보사는 초기 연구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개념이 생소하던 199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한 탓이다. 인보사는 육손이로 불리는 손가락이 여섯 개인 다지증 환자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지증 환자의 대부분은 여섯 번째 손가락을 절단한다. 여기에서 관절, 연골 세포를 채취해 배양한 뒤 치료제로 만들면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정형외과 의사 출신인 이관희 전 인하대 교수는 1994년 코오롱중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연구소에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가능성을 입증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유전자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은 탓에 비교할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임상설계 방식도 기존 약물과 달라야 했다. 작용 기전을 이해시키고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았다. 유전 물질의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나오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컸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해나가면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신약
코오롱그룹 내에서도 반대가 심했다.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인보사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보고서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에게 올라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인보사의 개발을 결정했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선 주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오롱그룹은 그해 미국에 티슈진을 설립하고 신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듬해인 2000년 국내에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를 세웠다. 이후 19년 동안 1100억원을 투자했다. 인보사가 이 회장의 ‘뚝심’으로 빚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인보사는 지난해 국내 허가를 받은 이후 1년여 만에 시술 건수 1500건을 돌파했다. 지난 5월 1000건 돌파 이후 두 달 만이다. 효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보사에는 연골세포의 증식을 돕고 염증을 억제하는 성장인자유전자(TGF-β1)가 들어 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면 2년 동안 통증이 줄고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미국 진출을 향한 꿈

인보사는 아시아 시장에서 벌써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홍콩과 마카오에 약 170억원, 몽골에 약 1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되는 수출 계약을 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인보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해외 수출에 대비하기 위해 2014년 완공한 1만 도즈(1회 접종분) 규모의 공장을 2021년까지 10만 도즈로 늘릴 계획이다. 인보사는 환자의 세포를 이용한 자기세포 유전자 치료제와 달리 타인의 세포를 이용한 동종 세포 치료제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최종 목표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이다. 인보사는 미국에서 마지막 임상 단계인 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상 시료 사용을 승인하면서 이달부터 환자 투여가 시작된다. 미국 임상에서는 대상 환자군을 대폭 확대하고 검증 기간도 두 배로 늘렸다. 인공치환수술 전 단계인 중등도 환자(K&L Grade3)를 대상으로 했던 국내와 달리 경증 환자(K&L Grade2)로까지 넓힌 것이다. 미국 내 주요 거점 60개 병원의 임상환자 1020명이 대상이다.

이를 통해 근본적 치료제(DMOAD)로 허가받을 계획이다. 근본적 치료제란 관절의 통증 완화 및 기능 개선 효과가 있으면서 구조적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약을 말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법인인 코오롱티슈진은 2021년까지 미국에서 임상 자료 분석을 끝낸 뒤 품목허가(BLA)를 신청할 예정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가 한국에서처럼 통증 및 기능 개선 신약으로 인정될 경우 32억달러(약 3조56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근본적 치료제로 승인받으면 22억달러(약 2조4000억원)의 추가 매출이 가능해 연 55억달러(약 6조원)의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