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바이오마커 다수 상용화…미국 중국 등에 수출 추진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과 신체조건까지 빅데이터로 활용

“바이오마커를 통한 암 진단의 정확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종양세포가 내뿜는 마커 뿐 아니라 발병 부위 주변 환경이 변화해서 생긴 마커의 차이도 측정하죠. 이렇게 암 진단을 하는 건 세계 최초입니다.”

김철우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대표(서울대병원 명예교수·66)는 자체 개발한 암 진단 서비스 ‘아이파인더(i-FINDER)’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바이오마커는 혈중 단백질, 대사물질 등 몸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를 말한다.

김 대표는 “상용화된 기존 암 마커는 종양세포 마커 5~6개가 전부”라며 “약 10년 전부터 종양 주변환경에 집중하는 연구 흐름이 생겼는데 이를 처음으로 상용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파인더는 종양 마커 8개와 주변 마커 12개 등 모두 20개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의대에서 1976년 학사, 1982년 석사, 1985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1985~2017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일했다. 대한병리학회 이사장,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장 등도 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다.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을 만든 건 2001년이다. 회사 설립 뒤 10년 넘게 연구해 아이파인더를 만들었고 2013년 상용화했다. 보건복지부에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보건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아이파인더는 건강한 사람이나 약간 징후가 있는 사람이 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데 활용된다. 폐·간·위·대장·췌장·전립샘·유방·난소암 등 8개 암이 대상이다. 전국 300개 병·의원에서 상용화돼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8대 만성질환을 함께 진단할 수 있는 ‘아이파인더 프리미엄’도 있다. 김 대표는 “현재는 종양 및 주변 마커 6개를 활용하는 폐암 진단이 정확도가 가장 높다”며 “다른 암 진단도 계속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주변 마커 12개 가운데 5개는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이 처음 발견한 것”이라며 “종양 마커 가운데서도 2~3개는 기존에 발견은 돼 있었지만 상용화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초 발견한 주변 마커 5개 뿐만 아니라 기존에 발견된 마커에 대해서도 새로운 진단 조합을 발견해 다수의 특허를 냈다”며 “한국,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서 모두 46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21건을 출원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암이 생기면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할까. 김 대표는 림프구를 예로 들었다. “림프구는 사이토카인(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을 분비합니다. 정상 사이토카인은 암세포를 공격하죠. 그런데 암이 발병하면 이 사이토카인이 암세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다른 종류의 사이토카인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따라서 어떤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는지를 보면 암 발병 여부를 알 수 있죠.”

아이파인더는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다른 검사 서비스와 차별화된다. 아이파인더가 활용하는 마커가 환자와 건강인에게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실례를 수만 건 이상 확보해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결과를 분석할 때 이를 통계자료로 활용한다. 새 검사 결과도 DB에 추가해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흡연·음주 여부, 암 가족력, 혈압 체중 등 신체조건과 암 간의 상관관계도 DB에 반영돼 있어 피검자의 조건에 맞게 활용한다.
김 대표는 “기존의 암 진단 서비스는 여러 마커를 활용하지만 진단하는 암은 한 종류거나, 여러 암을 진단하되 각 암 별로는 마커를 하나씩만 활용했다”며 “아이파인더는 여러 마커를 활용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여러 암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 정확도도 민감도(암조직을 암이라고 식별하는 능력) 83~97%, 특이도(정상 조직을 정상이라고 식별하는 능력) 90~97%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내년에는 아이파인더의 검사 항목에 엑소좀(세포 간 신호전달물질)을 추가해 민감도와 특이도를 더 올리려고 한다. 김 대표는 “민감도와 특이도는 일반적으로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며 “엑소좀 검사를 추가하면 둘을 동시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엑소좀이 추가되면 피검자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수출도 추진 중이다. 중국에서는 현지 기업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정부의 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 업체와 4개월 간 시범 협력을 하는 내용의 계약을 이달 중 맺을 예정이다. 현지 업체가 혈액 샘플을 보내주면 이를 분석해 미국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대형병원을 다수 운영하는 래플즈메디컬그룹과 아이파인더 도입을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아직 상용화 계획은 없지만 기술 상용화가 가능한 CE인증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아이파인더 외에 다른 연구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간암은 지금까지의 검사 방법으로는 초기에 발견하기가 어려웠던 게 현실”이라며 “체내 펩티드(아미노산 화합물의 일종)를 측정해 간암 발병 여부를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4개 대학병원에서 유효성 테스트를 하고 있고 곧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며 “2021년 상용화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에 따르면 액체생검 시장은 2020년 220억 달러(약 24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액체생검은 암 세포가 깨지면서 생기는 미량의 DNA 조각을 혈약 속에서 발견해 암 발병 여부를 진단하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는 “아이파인더는 DNA 조각을 찾아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액체생검이 아니지만 효용성이 유사하기 때문에 시장을 같이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해 아이파인더 이용자가 1만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3만명이 검사를 받아야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 수출이 성과를 내면서 이르면 내년에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김 대표는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키움증권(84,500800 0.96%) 등에서 민간투자를 약 300억원 유치했고 국가 연구개발(R&D) 지원금을 약 110억원 받았다. 회사 직원 수는 45명이다. 여건이 되는대로 상장도 추진하려고 한다.

김 대표는 “사회가 갈수록 고령화되면서 의학기술의 중심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병을 조기에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는 아이파인더의 인지도가 점점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대 교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암을 조기에 발견 못해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을 많이 봤다”며 “이들이 병원에서 힘들게 치료를 받는 대신 보다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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