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차이나 포비아'

바이오 신기술 연구 활발

CAR-T 임상 美 이어 2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독보적
한국은 생명윤리법 막혀 0건
줄기세포 분야도 역전 위기

中, 의약품 CMO시설 공격 확대

우시바이오로직스의 한 직원이 바이오의약품 제조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6월 중국의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임상 결과에 세계 제약업계가 들썩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치료제를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94%에게서 효과가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미국 존슨앤드존슨은 이 회사에 3억5000만달러(약 3800억원)를 투자했다. 난징 레전드바이오텍의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일 ‘중국이 어떻게 복제약 공장에서 신약 개발국가로 진화했나’라는 기사에서 이 회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레전드바이오텍은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승인을 받았고 존슨앤드존슨과 CAR-T 후보물질 ‘LCAR-B38M’의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중국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가 된다. CAR-T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차세대 항암제다.

노바티스, 길리어드 등 글로벌 제약사만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유전자 치료제에 레전드바이오텍이 가세하면서 중국의 바이오 기술 경쟁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은 153건의 CAR-T 임상을 진행해 미국(164건)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3위인 유럽(73건)보다 2배 이상 많다.

유전자 가위, 줄기세포 등 바이오 신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에 힘입은 결과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은 세계 17건 중 11건을 중국 연구팀이 수행하고 있다. 나머지 5건은 미국, 1건은 홍콩에서 진행 중이다.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 국립자연과학재단은 지난 4년간 270건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프로젝트에 연구비를 지원했다. 지난해 후원한 프로젝트만 90건 이상이다. 한국에서는 생명윤리법 규제에 막혀 진행되는 임상이 1건도 없다.
줄기세포 분야도 중국에 역전당할 처지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줄기세포 신규 임상 건수는 2014년부터 중국이 한국을 넘어섰다. 2016년 기준으로 줄기세포 신규 임상 47건 중 중국은 8건으로 미국(23건) 다음으로 많았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등록된 누적 임상 건수는 한국이 46건으로 미국(155건)에 이어 두 번째지만 이대로 가다간 중국(29건)에 추월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에서도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중국 최대 CMO 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는 4만L인 생산규모를 2022년까지 22만L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산둥의 시노바이오웨이 바이오메디슨은 2023년까지 50만L의 생산 규모를 확보할 예정이다. 36만L인 세계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뛰어넘는 규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중국 CMO 중 최초로 FDA 허가를 받으면서 중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쟁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FDA 허가와 생산 경험을 축적해 기술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