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진 기자의 토요약국

논란이 된 '발사르탄' 포함 안된
ARB 계열 다른 약물로 교체
약 바꿔도 이상반응 보이지 않아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발암물질 고혈압약’ 논란이 1주일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115개 품목이 회수됐고 판매가 중지됐지만 환자들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요. 지속적으로 먹어야 하는 고혈압약의 특성상 유해물질이 몸속에 쌓이진 않았을까 우려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사태로 의약품 원료와 생산 경로, 성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수년간 복용했던 고혈압약이 어떤 제품인지 알게 됐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의사가 처방해주는 대로 복용하기보다 약의 작용기전과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습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고혈압약 원료는 발사르탄입니다. 이 성분은 국내에서 연간 900억원 규모로 처방되고 있죠. 오리지널 제품은 노바티스의 ‘디오반’(사진)인데요. 2012년 특허가 풀리면서 국내에 발사르탄과 암로디핀 성분을 더한 복합제 등 복제약 571개가 나와 있습니다. 발사르탄은 고혈압 치료제 중에서도 안지오텐신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ARB)로 분류됩니다. 혈압 강하용 약물에 쓰이는 성분은 몸속에서 작용하는 원리에 따라 ARB를 비롯해 칼슘채널길항제(CCB),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저해제(ACE), 베타차단제(BB)로 나뉩니다.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1조5000억원 규모인데요. 이 중 ARB 계열이 약 1조원으로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CCB 계열이 3000억원, BB 계열이 1000억원, ACE 계열이 500억원 순의 매출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ARB 계열 약물은 우리 몸에서 혈관 수축을 돕는 ‘안지오텐신Ⅱ 수용체’를 차단하고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 ‘알도스테론’의 분비 작용을 억제하는 기능을 합니다. 발사르탄 외에 칸데사르탄, 텔미사르탄, 로사르탄, 올메사르탄, 피마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등 ‘탄’으로 끝나는 성분이 있죠. 이들은 발사르탄과 같은 기전을 가지고 화합물 구조도 비슷해 약을 바꿔 복용해도 이상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로 발사르탄 약물 복용이 걱정된다면 ARB 계열의 다른 약물로 교체 처방을 받을 수 있는지 의료진과 상담하면 됩니다. 성분을 바꾸는 게 불안하다면 원료가 다른 발사르탄 성분의 약으로 처방받으면 되는데요. 문제는 오리지널 제품인 ‘디오반’과 복합제 ‘엑스포지’ 주문이 폭주해 품절 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일로 복제약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만큼 국내 제약회사는 경제성은 물론 안전성과 효능까지 겸비한 제품으로 명예 회복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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