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환자 혼란 부추긴 식약처
토요일 219개 약 판매 중지
"하필 약국 문닫는 주말에…"

문제 커지자 이틀 지난 후
104개 제품 판매 재개
115개는 회수·교환해 주기로

내가 먹는 藥 확인 어떻게
식약처 홈피서 약 이름 검색
성분에 '中 발사르탄' 있으면 대체약 처방 받아야

병원마다 환불요청 쇄도
식약처 대책없이 발표 '비난 자초'

지난 주말 고혈압 환자들이 대혼란을 겪었다. 발사르탄 성분의 고혈압약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토요일이던 지난 7일 오후 고혈압 치료제 219개 품목의 제조 및 판매를 잠정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제품명도 공개했다. 발암물질 검출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우선 조치를 취한 것이다. 환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복용 중인 약이 해당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식약처 홈페이지는 마비됐다. 판매가 중지된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지 알아보려는 문의도 빗발쳤지만 식약처는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하라는 답만 되풀이했다. 9일에도 식약처 홈페이지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 무용지물이었다.

충격에 빠진 600만 고혈압 환자

문제가 된 발사르탄은 중국 업체 저장화하이가 제조한 것이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은 이 성분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확인돼 지난 5일부터 제품을 회수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류한 물질이다. 고혈압약에서 NDMA가 얼마나 검출됐는지, 위해성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이 함유된 고혈압약을 복용한 사람들은 발진, 가려움, 구역질, 어지럼증 등 고혈압약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가 NDMA 함유 정보를 입수한 뒤 국내 수입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하루가 걸렸다.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제조했거나 해외에서 수입한 발사르탄은 총 48만4682㎏으로 이 중 중국산은 2.8%(1만3770㎏)로 파악됐다. 식약처는 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 수입을 중지하고 해당 원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의 제조 및 판매를 모두 중단시켰다. 해당 원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은 모두 병·의원에서 처방·조제할 수 없도록 했다. 국내 시판되는 발사르탄 함유 의약품 573개 중 판매 중지된 의약품은 40%에 달했다.

식약처, 104개 제품 판매 중단 해제

한꺼번에 200여 개의 의약품이 판매 중지되면서 환자들을 비롯해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식약처의 조치 후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발암물질 고혈압약’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강동경희대병원을 비롯한 일부 병원은 홈페이지에 “문제가 된 발암물질 고혈압약을 처방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팝업창을 띄웠다. 파장이 커지자 식약처는 9일 오후 발암물질 함유 가능성이 없는 104개 제품에 대해 판매 중지 조치를 해제했다. 나머지 115개 제품은 조치를 유지하고 회수 절차를 진행한다. 한독 메가포지정, 건일제약 암디사르정, 이연제약 디로탄플러스정, 한림제약 발사르반정, 동광제약 발탄플러스정, 부광약품 암바르탄정, 동성제약 암발트정, 환인제약 스타포지정 등이다.
대응책 없이 혼란 키운 보건당국

업계는 식약처의 미흡한 사후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604만 명이나 되는 국내 고혈압 환자에게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섣부른 조치로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고혈압 환자는 대부분 약을 장기 복용하고 있어 이번 사태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아 판매 중지 의약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고령 환자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병원, 약국 등에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고 발표를 서둘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사회 관계자는 “판매 중지 조치가 내려진 날이 휴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식약처가 환자 문의 창구를 확대하고 대비했어야 한다”며 “처방 변경이나 환불과 관련한 행동강령 등 대응 방안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식약처는 조치 대상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는 처방받은 병·의원 의료진과 상담한 뒤 처방을 변경받을 것을 당부했다. 환자가 마음대로 고혈압약 복용을 중단하면 심장 및 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남은 약만 본인 부담금 없이 다른 의약품으로 다시 처방받을 수 있다. 이때 처방받은 약을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이미 먹은 약이나 남은 약은 환불되지 않는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발암물질 고혈압약 확인방법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 식약처 대표 블로그(blog.naver.com/kfdazzang), 페이스북(www.facebook.com/mfds), 한경헬스(healt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