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욱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제2회 디지털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포럼'서 주장

"의료 빅데이터를 보는 관점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꿔야 합니다. 지금은 각 의료기관이 의료정보를 마치 석유처럼 여겨 먼저 내놓으려 하지 않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라고 봅니다."

5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2회 디지털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포럼'에서 최병욱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최 교수는 "의료용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국내 업체가 기술이 뛰어나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의료 빅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 의학은 명성, 학력, 경력 등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명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최 교수 주장이다. 그는 "현대 의학은 근거 기반 의학으로서 인체를 영상으로 진단하는 기술이 나날이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전체 의료 빅데이터의 80%가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영상이고 이는 매년 20~40% 증가하고 있다. 영상을 디지털 형태로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덕분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쉬워졌다.

하지만 전체 데이터 가운데 활용되고 있는 비중은 10~20%에 그친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의료 빅데이터 연구가 활발해지려면 표준화한 자료가 공유돼야 하는데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최 교수는 규제 문제와 관점 문제를 꼽았다. 규제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해 의료정보를 비식별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너무 복잡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최 교수가 방점을 찍은 것은 의료정보를 보는 관점이었다. 의료정보를 귀중한 자원으로 간주하는 병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어 자료를 공유하자고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은 병의원 접근성이 좋고 임상시험이 많이 시행돼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때를 놓쳐 미국 중국 같은 거대한 시장이 먼저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게 되면 거기에 흡수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의료 빅데이터를 유용하게 쓸 수 있으려면 가용성, 활용성, 유용성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용성은 의료 빅데이터를 병원이나 연구기관이 쓸 수 있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소유의 관점이 아닌 공유의 관점에서 보는 게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활용성은 의료 빅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각 주체가 편리하게 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유용성은 의료 빅데이터 기반 AI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좋은 자료와 나쁜 자료를 구분할 수 있는 '표준 테스트 데이터'를 전문가들이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뜻한다.

블록체인이 의료 빅데이터에 쓰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최 교수는 "의료기관이 모든 환자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각 개인이 자기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민간기업이 세운다면 의료 빅데이터 활용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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