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늘어나는 난임·불임 부부

난임은 부부 공동의 문제
무정자증·배란 장애 등
35세 넘으면 정자·난소 기능 약화

원인 파악해 맞춤 치료해야
활동력 있는 정자 자궁내 이식
인공수정은 비교적 임신율 높아
체외수정해 배아 만드는 시험관
호르몬 수치로 조기 유산 예측도

기다림이 고된 난임 치료
한 번의 치료로 성공 쉽지 않아
운동으로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

직장인 김모씨(33)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1년째 노력하고 있지만 임신이 되지 않아 걱정이 많다. 고민 끝에 산부인과를 찾아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았더니 남편인 김씨는 정자 활동성이 떨어지고 아내는 배란 장애가 있어 난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오는 21일은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라는 뜻으로 제정된 부부의 날이다. 김씨 부부처럼 사회 진출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불임이나 난임으로 고민하는 부부가 많다. 1주일에 두 번 이상 피임 없이 부부관계를 가질 때 임신 가능성은 20%, 1년을 유지하면 85% 정도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도 1년 안에 임신되지 않으면 불임이나 난임으로 진단한다. 35세를 넘은 부부는 남성이나 여성 모두 정자와 난소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6개월 안에 임신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부부의 날을 맞아 난임, 불임의 원인과 시험관 아기 시술 등에 대해 알아봤다.

원인 다양한 불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부부가 함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임신을 못하는 명확한 원인이 있으면 불임으로 진단한다. 임신은 가능하지만 어렵다면 난임이다. 불임은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를 해야 한다. 남성은 무정자증, 희소정자증같이 정자량이 줄어들거나 활동력이 떨어지고 모양이 망가지는 질적인 문제가 흔하다. 여성은 난소 기능 저하, 배란 장애, 난관 손상, 자궁 이상 등의 원인이 많다. 원인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상당수 부부가 임신되지 않으면 여성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성에게 문제가 있어 생기는 불임도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혈액, 호르몬 검사를 기본으로 한 뒤 남성의 정자 상태를 검사하는 정액검사, 골반초음파검사, 난관조영술 등을 통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배란 장애 있으면 치료 후 임신 시도

검사를 한 뒤 난임이나 불임 원인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한다. 배란 장애가 있는 여성은 이를 먼저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난임 부부들이 흔히 받는 시술은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이다.

인공수정은 남성의 정자 중 활동력이 좋은 정자를 추출해 여성의 자궁 안에 주입하는 시술이다. 비교적 간편하고 임신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시험관 시술로 알려진 체외수정은 여성의 몸속이 아니라 몸 밖에서 수정을 유도하는 시술이다. 난포성장촉진제 주사를 이용해 여성의 몸속에서 여러 개의 난자를 자라게 한 뒤 난포 수나 크기가 적절해지면 바늘로 난자를 채취한다. 이후 실험실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배아를 만든 뒤 여성의 자궁 속에 이식한다. 이전에는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했지만 최근에는 여러 개의 배아 중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은 한 개만 선택해 시술하는 단일 배아이식이 늘고 있다.

김용진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단일 배아이식은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하는 것보다 임신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남는 배아는 냉동보관했다가 추후 이식에 쓸 수 있다”고 했다.

시험관 아기 성공률 높이는 연구 늘어

체외수정 성공률은 30~40% 정도다. 최근에는 성공률을 높이는 시도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최근 한 개의 난포에서 성숙한 난자를 여러 개 얻는 방법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난포더미에 혈관수축 유도인자인 안지오텐신II를 첨가하면 성숙 난자 회수율이 평균 2.6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난자를 여러 개 얻을 수 있으면 난임 여성들의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구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난임 여성 30% 정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체외수정을 한 뒤 임신 유지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체외수정으로 임신에 성공해도 초기에는 유산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시술을 받은 뒤 유산을 막기 위해 애태우는 부부도 많다. 김 교수는 시험관 시술을 한 뒤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첫 혈액검사에서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측정해 임신 18주까지 임신 유지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전에 유산을 막거나 2차 배아이식 등을 미리 계획할 수 있다.

임신 위한 건강수칙도 중요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자와 난자가 건강한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는 것이다. 직장 문제 등으로 출산을 미루다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임신을 미루는 결정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구 교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배란도 잘 안 된다”며 “마음을 편히 먹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부끼리는 서로 관심을 많이 둬야 하지만 양가 부모는 무관심한 것이 좋다”고 했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분식, 배달음식 등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통곡물, 유기농 과일 및 채소 등 암 환자들에게 추천되는 음식 위주 식단을 꾸려야 한다. 복분자, 달맞이꽃오일과 같이 호르몬을 교란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혈류량과 산소량이 늘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근력운동도 해야 한다.
여성 1% 정도는 40세 이전에 폐경을 맞는 조기 폐경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 스스로 임신에 관한 건강 상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구 교수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여성들이 스스로 난소 나이를 알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난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이 때문에 임신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길 위험도 크다. 김 교수는 “첫 시도에 성공하지 못해 마음 아파하며 좌절하는 부부를 많이 본다”며 “난임 치료는 환자와 의사가 서로 묻고 답하며 최종 성공을 위해 교감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실패했다고 너무 낙담하면 안 된다”며 “어떤 방법이 더 좋을지 중요한 정보와 단서를 제공하는 중간 단계로 여기고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용진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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