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勞風'에 긴장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근무환경 악화가 주원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동조합 설립 붐이 가장 두드러진 업종 중 하나가 병원이다. 간호사가 간병인 업무까지 수행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등으로 병원 근로자의 근무 환경이 나빠진 가운데 정부의 ‘친노조 정책’에 탄력을 받은 병원 근로자들이 앞다퉈 노조를 세우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 보탬이 되겠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 경영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경기 일산의 국립암센터와 부산 남구의 부산성모병원이 각각 노조를 결성했다. 국립암센터는 보건복지부 관할 의료기관이다. 이곳의 직원은 2000여 명에 이른다. 천주교부산교구 산하 부산성모병원도 400병상이 넘는 중대형 종합병원이다. 두 병원 외에도 지난해 이후 국립교통재활병원 등 공공병원 3곳, 동국대일산병원 등 사립대병원 6곳이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 설립이 잇따르면서 노사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는 병원도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노조가 만들어진 건양대병원은 노조 설립 과정에서 사측과 노동자 측이 대립하면서 건양대 설립자인 김희수 총장이 사퇴했다.

병원 노조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으로 구성된다.

병원은 특수사업장으로 분류돼 경영자와 근로자가 병원 사정에 맞춰 초과근무 시간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과거에는 3교대 근무를 해도 환자를 돌보는 의료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해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간호간병서비스가 시행되면서 지역 병원 간호인력이 서울지역 대학병원으로 몰리자 상황이 변했다. 지역 병원에서 필수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면서 직원 일거리는 늘고 사람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겼다. 이 같은 분위기가 노조 설립 붐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설립 붐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 살림이 더욱 팍팍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병원 원장은 “병원들의 주된 수익원인 건강보험 비급여를 급여로 바꾸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고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조항 등이 생기면서 병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여기에 노조까지 생겨 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이를 어떻게 다 감당해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는 “병원 노조가 노사 협의 등을 이유로 일손을 놓으면 당장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라며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만드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시위로 환자 치료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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