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K바이오

(1) 부족한 신약 경쟁력… 폐암치료제 '올리타' 개발 포기

권세창 사장이 밝힌 실패요인

매출 20% R&D에 쏟아도 글로벌 기업의 3% 수준
임상환자 모집 어려워… 추가 개발비 1000억도 부담

"이번 실패가 새 도전 밑거름"

한미약품의 ‘올리타’ 개발 중단은 우리나라의 신약 개발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하는 한미약품도 글로벌 제약사의 벽을 넘진 못했다는 점에서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사진)도 올리타를 포기한 배경에 대해 “자금력, 인프라, 네트워크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회사를 따라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을 투자한 신약인데 끝까지 개발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경쟁 제품을 뛰어넘는 효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너진 1조 기술수출 신화

한미약품이 13일 폐암 신약 ‘올리타’ 개발 중단을 발표하면서 국산 신약 개발에 비상등이 켜졌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시장성이 낮은 제품 개발에 매달리지 않고 다른 신약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올리타 개발이 중단된 이유는 신약 경쟁력 저하, 임상환자 모집 난항, 안전성 및 효능 문제 등이 꼽힌다. 신약으로서 가치를 상실한 것은 경쟁사보다 개발 속도가 늦어 시장 진입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올리타 임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개발 속도는 가장 빨랐다.

한미약품은 2013년 7월 올리타의 국내 임상과 다국가 임상 1상에 착수했고 경쟁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2014년 4월 ‘타그리소’의 임상 1상에 돌입했다. 올리타는 국내 임상 2상에서 인정받은 안전성과 효능을 토대로 2015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7억3000만달러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그해 11월 중국 자이랩에도 9200만달러에 기술수출하면서 ‘한미 신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의 18.6%인 17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R&D 투자비는 연 5조9000억원이다. 매출의 약 20%를 R&D에 투입해도 글로벌 회사의 3%에 못 미친다. 권 사장은 “우리 회사가 국내에서는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지만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서는 50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고 했다.

타그리소는 2015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승인을 받고 임상 3상에 돌입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리타의 기술을 도입한 지 1년여 만인 2016년 9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글로벌 임상을 중단했다. 권 사장은 “타그리소가 허가받지 않은 나라를 골라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속도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일로 한미약품 주가는 폭락했고 늑장 공시로 인한 비판에 직면했다. 임상시험에서 스티븐존슨증후군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작용 논란에도 휘말렸다. 권 사장은 “이후에는 부작용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는 이번 개발 중단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혁신 신약에 ‘선택과 집중’

한미약품은 지난 5년간 올리타 개발에 수백억원을 투입했다. 최종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 3상에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임상 환자 모집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경쟁 제품인 타그리소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작년 말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면서 약값의 10분의 1만 부담하면 타그리소를 복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은 올리타 임상에 쉽사리 나서지 않았다. 올리타 임상에서 약효를 비교할 대조군으로 선정되면 타그리소뿐만 아니라 올리타도 복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뇌전이 환자에 대한 효과 등 타그리소에 비해 올리타의 약효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권 사장은 “악효는 임상에서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것으로, 올리타도 뇌전이에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개발 중단 이유는 아니다”며 “올리타 개발에 투입될 R&D 비용으로 다른 혁신 신약 후보물질 20여 개 개발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발 중단으로 ‘국산 27호 신약’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산 신약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주목받았던 올리타마저 수포로 돌아가면서 제약업계에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도 혁신 신약 개발 전략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볼 때”라고 말했다.

전예진/양병훈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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