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암 경험자 160만명… 혈액암 극복법

면역력 무너지는 백혈병
정상 백혈구·혈소판 급감으로 출혈·멍 잦아지고 빈혈 시달려
지속적인 방사선 노출 때 발병
급성도 표적 치료로 완치율 높여

림프계 악성 종양 생긴 림프종
림프조직 세포들이 악성으로 변해 림프절 커져 발열·체중감소땐 의심
환자 95% 차지한 비호지킨 림프종
조기 항암치료로 암 크기 80% 줄여

국내 암 경험자가 160만 명에 달한다. 암 경험자는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암에 걸렸다가 완치돼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국민 31명 중 1명은 암을 겪어봤다는 의미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암 경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전에는 치료하지 못했던 암도 의료기술 발전으로 수년 동안 암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환자가 많다.

대표적인 게 혈액암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혈액암은 걸리면 치료도 못하고 죽는 암이었다. 하지만 항암제가 개발되고 조혈모세포 치료가 늘면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이보다 생존율이 낮지만 고용량 항암치료를 받거나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완치율은 35~40% 정도다. 혈액암이 ‘걸리면 죽는 병’이던 시대는 지나간 셈이다. 혈액암의 종류와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산소·영양물질 운반하는 혈액에 생기는 암

혈액은 심장 동맥 모세혈관 정맥을 통해 온몸을 돌아다닌다.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이 몸 밖으로 나가도록 운반하는 역할도 있다. 내분비기관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운반하고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방어한다. 체온을 조절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인은 4~6L 정도의 혈액이 몸속을 순환한다. 체중의 8% 정도다.

혈액의 55%는 액체 성분인 혈장이다. 나머지는 적혈구, 백혈구 등 혈구 성분이다. 혈장은 단백질이 녹아 있기 때문에 물보다 점도가 5배 정도 높다. 색은 노란색이다. 혈액이 빨갛게 보이는 것은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라는 혈색소 때문이다. 적혈구는 혈액 속 세포 성분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가운데가 쏙 들어간 원반 모양이다. 백혈구는 이물질을 소화시키는 호중구, 몸밖에서 들어온 세균 바이러스 등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림프구 등으로 나뉜다. 혈액 성분 중 하나인 혈소판은 피가 굳도록 도와 출혈이 생겼을 때 멈추게 한다.

혈액암은 크게 백혈병, 악성림프종 등으로 나뉜다. 백혈병은 백혈구에 암이 생기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늘어 정상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만들어지는 데 문제가 생긴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빈혈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출혈도 생긴다. 악성림프종은 면역체계인 림프계에 암이 생기는 것이다. 백혈병은 골수에서 암이 시작돼 전신으로 퍼지지만 림프종은 림프절이나 장기 등에 주로 생긴다. 목이나 겨드랑이, 허벅지 안쪽 림프절에 혹 같은 것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백혈병 환자 65%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급성 백혈병과 만성 백혈병으로 나뉜다. 어떤 세포에서 문제가 됐는지에 따라 골수성, 림프구성으로 구분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급성 백혈병의 65%를 차지한다. 인구 10만 명당 16.7명 정도가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대부분이 65세 이상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생기면 두통 피로감 어지럼증 등 빈혈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혈소판이 줄어 코피가 잘 나거나 잇몸 등에서 피가 나는 일도 있다. 한번 피가 나면 잘 멈추지 않는다. 피부 아래 혈관이 터져 전신에 반점이 생기기도 한다. 비장이나 간이 커지고 림프절이 부어오르기도 한다. 치료받지 않으면 수개월 안에 사망할 위험이 크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원인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유전질환이 있거나 방사선을 많이 쬐면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암제 치료로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다양한 원인 때문에 유전자가 바뀌고 이로 인해 암유전자가 활성화되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의심되면 혈액 검사를 해 혈액 세포 숫자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뼛속 골수와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다. 백혈병은 하나의 암 세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세포 수가 1012개 정도 됐을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세포들의 무게는 1㎏ 정도다. 1차 치료에 성공하면 이 세포 수가 108개까지 줄어든다. 주로 항암제를 쓴다. 1차 치료 성공률은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60% 이상이다. 이후 남은 종양을 없애기 위해 고용량 항암치료, 조혈모세포 치료 등을 한다. 이들 치료를 받는 환자 완치율은 35~40% 정도다. 65세 이상 환자에게는 표적치료제 등도 많이 활용한다.

림프계에 암 생기는 림프종

악성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구분한다. 국내 환자는 95% 정도가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B세포 림프종과 T세포 림프종으로 구분한다. 악성 림프종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제초제 등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이식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도 많다. 면역 결핍증 환자는 악성림프종이 생길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0~100배 정도 높다는 통계도 있다.

악성 림프종도 연령이 높아질수록 환자가 증가한다. 림프절은 눌러도 통증이 없고 만지면 움직인다. 뼈, 폐, 피부 등에서 암이 생겨 통증, 기침, 흉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소화불량, 변비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림프종 진단을 받기도 한다. 림프종이 있으면 열이 나고 식욕이 줄어 체중이 줄어든다. 비장이 커져서 왼쪽 윗배 부분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암 발생 순위 10위에 오를 정도로 환자가 많은 질환이다. 한 해 5000명 정도가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는다. 초기에는 항암제 치료를 하면 80% 정도에게서 암 크기가 줄어든다. 후기 환자라고 해도 70% 정도는 암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체중이 10% 이상 줄어들거나 38도 이상의 발열이 생기고 자는 동안 옷을 흠뻑 적실 정도로 증상이 심한 환자는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이준호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나이와 전신상태,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해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투여하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할 수 있다”며 “비호지킨 림프종은 말기 환자도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병든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항암제와 방사선 요법으로 환자 암 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골수를 완전히 비운 뒤 미리 추출해둔 환자의 조혈모세포나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한다. 이식된 조혈모세포가 몸속에서 혈액을 만드는 능력을 다시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준호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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