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보조제로 인식하는 건 잘못
독성 줄었다고 덜 위험하지 않아"

올해 담배 경고 그림 교체 추진

“궐련형 전자담배가 흡연자들을 망쳐놓고 있습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사진)은 13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일반 담배와 달리 건강상 덜 해롭고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담배회사의 과장 광고로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센터장은 “흡연자들이 아이코스로 바꾸면 주변에선 담배 냄새도 안 나고 좋다고 격려해준다”며 “비흡연자들도 궐련형 담배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흡연자들이 금연 보조제를 사용하거나 담배를 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이 센터장은 국내에 보기 드문 담배 정책 전문가다. 영국 런던대 보건대학원에서 글로벌 담배회사의 내부 문건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건복지부 금연정책 자문위원회 위원, 금연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하면서 담배 회사의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담배회사의 내부 문건을 보면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계산된 마케팅을 펼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 외국계 담배회사는 1990년대 한국의 여성 흡연율을 높이기 위해 ‘커피숍 프로그램’을 운영해 카페 테이블마다 담배를 무료로 나눠줬고 실제로 여성 흡연자 비율이 늘었다”며 “영화 ‘영웅본색’이 인기를 끌었을 때 주윤발이 피운 노란 필터의 말보로가 인기를 끌자 한국 남성 흡연자를 분석해 수입제품을 좋아하는 젊은 층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담배회사들의 교묘한 마케팅 전략을 파헤치고 담배의 유해성 알리기에 나섰다. 취임 직후 궐련형 전자담배와 ‘전면전’을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자문위원회가 아이코스를 위험 저감 담배 제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해 지지 견해를 밝혔다.

이 센터장은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독성 물질을 줄였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독성이 줄어든 것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성분 분석과 증기 형태로 흡입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 개인마다 독성에 반응하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며 “독성의 양과 상관없이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위험하고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코스는 금연 보조제가 될 수 없고 금연을 위해 선택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다음달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 한국의 아이코스 판매 현황과 문제점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에는 일반 담배의 경고 그림을 변경하고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고 그림 교체도 추진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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