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인공위성' 전성시대

1999년 천문학 교육용 첫 개발
무게 1㎏ 안팎… 발사비용 1억대
대학·벤처·개인도 손쉽게 발사
2020년 한해에만 546기 예정

대기업 가세 '우주산업 총아'

스페이스X 4400개 위성 발사
전세계 통신망 연결 사업 구상
이리듐은 우주 IoT 구축 추진

같은 지점 반복 촬영할 수 있어
몇시간내 최신지도도 제작 가능

국내 대학이 만든 초소형 인공위성 5기가 지난 12일 인도 ‘극궤도우주발사체(PSLV)’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국내에서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초소형 위성은 19기로 이 중 11기가 우주로 발사됐다. 오는 6~8월에는 서울대가 만든 초소형 조기경보위성인 스누샛, 항공대가 제작한 비전큐브 등 초소형 위성 3대가 미국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우주로 향한다. 대학이나 작은 벤처기업, 개인도 제작할 수 있는 초소형 위성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해외에서는 사람 팔뚝만 한 초소형 위성을 활용해 24시간 육지와 바다를 감시하는 서비스와 오지를 잇는 통신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1억~2억원이면 제작하는 교육용 위성

가로·세로 각각 10㎝ 크기인 정육면체부터 가로 10㎝, 세로 30㎝ 직육면체까지 다양한 크기의 이들 위성은 흔히 ‘큐브샛(위성)’으로 불린다.

큐브샛은 1999년 미국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가 학생 교육용으로 처음 개발했다. 제작과 발사에 2000억~3000억원이 넘는 고가의 대형 위성과 달리 제작비가 1억~2억원으로 저렴하고 발사비는 ㎏당 1억원에 불과하다.

큐브샛은 제작 과정에서 위성 구조와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공우주공학이나 전자공학, 천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안성맞춤이다. 이번에 발사된 위성은 2012년과 2013년 국내 대학의 인공위성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열린 ‘큐브위성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위성들이다. 연세대가 개발한 ‘톰과 제리’는 두 대의 위성을 우주 공간상에서 정렬시키는 우주 망원경 기술 검증에 활용될 예정이다.

큐브샛은 유닛(unit)의 앞글자인 ‘U’를 크기 단위로 쓴다. 가로·세로·높이 각 10㎝인 정육면체를 보통 1U라고 한다. 1U인 큐브샛은 1.00~1.33㎏ 정도다. 큐브샛 두 개를 합친 직육면체를 2U, 세 개를 모으면 3U로 분류한다. 톰과 제리는 3U짜리 큐브샛으로 우주에 도착하면 2U와 1U짜리 큐브샛 두 개로 분리된다. 항공대가 만든 ‘KAUSAT-5’는 초소형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한 지구 관측임무를 수행한다.

전 세계 통신망 시대 온다

독일 뮌헨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큐브샛은 일단 발사에 성공해도 작동 가능성은 75~85%에 머문다. 국내에서 발사한 11기 위성 중 교신에 성공한 사례는 KAIST와 경희대가 쏘아올린 2기뿐이다. 하지만 큐브샛은 군집 형태로 편대 비행을 하며 진가를 발휘한다. 위성 부품의 소형화에 직결되는 미세전자제어기술(MEMS)과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업 위성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미국의 플래닛랩스사는 2013년부터 팔뚝만 한 큐브샛 100기를 우주에 띄워 지구 전 지역을 매일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벤처회사 스파이어는 40기 큐브샛으로 세계 바다를 누비는 7만5000척의 선박을 추적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2015년 우주개발에서 큐브샛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거대 기업들이 나서면서 ‘게임 체인저형’ 서비스 등장도 예고된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2020년까지 4400개의 통신 중계용 위성을 띄워 세계를 통신망으로 잇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스카이박스를 인수해 시시각각 바뀌는 지상 상황을 반영한 실시간 지도를 제공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큐브샛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같은 지점을 촬영할 수 있어 몇 시간 만에 최신 지도를 얻을 수 있다.

2012년 25기에 머물던 50㎏ 미만급 큐브샛 발사는 2013년 88기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295기 큐브샛이 우주로 향했다. 우주산업분석회사인 나노샛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발사되는 큐브샛은 최대 546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융합 산업
큐브샛은 해외에선 이미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확산하는 대표적 산업으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가우스 Srl’은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발사하는 큐브샛 ‘TuPOD’를 제작했다. 이 큐브샛은 100% 3D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됐다. 위성통신회사 이리듐은 벤처회사인 매그니튜드 스페이스와 18~24기의 큐브샛을 띄워 우주에서 사물인터넷(IoT)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큐브샛산업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적은 자본으로 뛰어들 수 있다. 미국의 벤처 산실 실리콘밸리와 유럽에선 큐브샛을 활용한 다양한 회사가 투자를 받고 있다.

큐브샛은 우주 개발에 여력이 없는 국가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일본은 ISS에 설치한 실험모듈 ‘키보(희망)’에서 큐브샛을 쏴주는 ‘버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일본은 큐브샛 발사 서비스를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외교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큐브샛 제작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3년에는 미디어아트 작가인 송호준 씨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인 위성인 ‘오픈샛’을 개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6U짜리 큐브샛을 개발하고 있다. 2012년 열린 1회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한 연세대와 항공대, 경희대 학생들이 소형위성 벤처회사인 나라스페이스테크놀러지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주산업에 대한 선입견과 이해 부족으로 국내에선 큐브샛이 산업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