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닮은 보청기 올리브 개발
작년 11월 식약처·미 FDA 허가
올해 중 미국과 한국서 본격 판매
가격은 기존 제품의 수십분의 1 불과

'젊은이들 중에도 귀가 잘 안 들린다는 사람은 많은데 왜 보청기는 안경처럼 보편화되지 못할까.'

올리브유니온의 출발은 이런 궁금증에서였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난청 환자 넷 중 한 명은 30대 이하 젊은이들이었다. 난청 환자 중 60세 이상의 비율은 절반이 채 안 됐다. 고령층에서도 보청기 사용률이 그닥 높지 않았다. 심지어 사용이 불편해 돈을 들여 구입한 보청기를 집에 두고 방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31·사진)는 "보청기 시장은 신선하고 매력적인 분야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충족되지 않은 잠재적 수요가 충분한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직접 증명하기 위해 2016년 홀로 올리브유니온을 설립하고 보청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가 분석한 보청기 시장의 성장 저해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편의성, 가격, 편견.' 시중에 나와있는 보청기는 개인에게 맞게 설정하려면 한 달 가까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시끄러운 곳에 가면 제 기능을 못하는 등 사용자 편의성이 좋지 않았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었다. 청각장애 판정을 받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장애 등급을 받지 못하는 난청 환자가 부지기수인 게 현실이었다. 노화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사회적 편견도 문제였다. 젊은 사람이 보청기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보청기 같지 않은 보청기를 만들어 보자.' 송 대표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떠올렸다. 보청기도 디자인을 이어폰처럼 만들면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이어폰보다 세련되게 만들고 싶었다. 송 대표는 "보청기라고 설명하기 전에는 보청기라고 알아보지 못하게끔 디자인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제품 디자인과 건축 공부를 하면서 체득한 미적 감각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그는 SADI(삼성 아트 앤 디자인 인스티튜트)를 다니다가 미국에 건너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에 편입했고 졸업 뒤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기술 개발을 위해 바깥의 전문가들과 손을 잡았다. 송 대표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게 핵심인 보청기의 원리는 다른 전자기기에 비해 간단하다"며 "직접 개발은 어렵지만 관련 기술자들과 협업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줄 기술자를 찾기 위해 전국에 수소문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기도 하고 개발자를 직접 영입하기도 했다. 현재 올리브유니온 직원 9명 중 4명이 개발자다.

송 대표는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과 연동하는 방식을 생각해냈다. 사용자가 앱을 통해 스스로 청력 테스트를 하고 음량, 주파수, 압축 정도 등 청력 보조 기능들을 원하는 대로 맞추는 방식이었다.
송 대표는 "사용자가 여러 환경에서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보청기를 착용하고 시끄러운 클럽에 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나와있는 보청기 중 고급 제품들은 환경에 맞게 보청기 설정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일상의 다양한 환경에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1년이 채 안 걸렸다. 2016년 말 올리브유니온의 첫 작품인 스마트 보청기 '올리브'의 개발이 마무리됐다. 송 대표는 올리브의 한 대당 가격을 100달러(약 11만원)로 책정했다. 스타키, 포낙, 지멘스, 오티콘 등 보청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의 가격에 비하면 수십 분의 1에 불과한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송 대표는 "보청기보다 훨씬 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노트북도 몇 십만원에 불과하다"며 "올리브가 저렴한 게 아니라 다른 보청기들이 비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리브 제작에 들어가는 부품가격에 마진까지 얹어도 100달러면 충분하다"고 했다.

보청기로서의 성능도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중도 난청 환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며 "전체 난청 환자의 70~80%가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올리브의 개발을 마친 뒤 2016년 말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 올리브 사전판매를 시작했다.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목표는 2만달러였지만 30만달러 이상이 모였다. 35~55세가 전체 구매자의 70%였다. 구매 이유로는 디자인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송 대표는 "창업 전에 시장 분석했던 것과 거의 일치했다"고 했다.

올리브는 지난해 11월 식약처와 미국 FDA로부터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았다. 현재 시제품 4000개를 사용해 본 소비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최종 보완 작업을 거치고 있다.

송 대표는 "소비자들은 올리브를 단순한 보청기가 아니라 보청 기능이 추가된 이어폰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람들이 눈이 많이 나쁘지 않더라도 불편함 때문에 안경을 쓰듯 초기 난청 환자들도 편하게 올리브를 착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올해 안에 한국과 미국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지난해 매출은 7억원이었지만 올해 예상 매출은 60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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