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학회, 학술대회에 환자 초청 심포지엄
의료진 "임상효과 입증됐지만 동물실험 거쳐야"
환자들 "치료 받으러 해외 가는 불편 덜어달라"
"아직 치료제가 출시되지 않았지만 방사선미사일 치료는 서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다. 이미 환자 치료를 통해 효과가 입증됐고 논문까지 나와있는데 동물실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지난 4일 경기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대한핵의학회 추계학술대회 행사에서 한 핵의학과 전문의는 "국내서도 신경내분비종양 치료가 하루 빨리 시작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학회는 행사 마지막 세션으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나눔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학회 행사에서 환자를 초청해 질환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암이다. 특정한 부위에 발생하는 다른 암과 달리 신경내분비세포에 암이 생긴다. 신경내분비세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모든 곳에 분포한다. 다만 주로 췌장, 위, 소장, 대장 등의 신경내분비세포에 암이 생기는 환자가 많다. 초기에 발견되면 수술로 완치할 수 있지만 인체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곳에 암이 생기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 주로 말기에 발견된다.

국내 신경내분비종양 말기 환자는 대부분 항암제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암 특성상 효과가 크지 않다. 해외는 다르다. 독일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바이오마커(단백질 표지자)인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를 찾아 루테슘 등 방사성동위원소로 공격하는 치료를 한다.

방식은 간단하다. 바이오마커를 찾는 단백질에 방사성동위원소만 결합하면 된다. 암을 찾아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 죽이는 원리다. 환자 3분의 1정도가 이 치료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방사성동위원소만 수입하면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의약품은 치료제 허가를 받아야 쓸 수 있다'는 원칙에 막혀 수십명의 환자가 이 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를 찾고 있다. 핵의학회 환자 단체 등에서는 의약품 임상 과정 등을 단축해 국내서도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핵의학과 의료진들은 이날 방사선미사일 치료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오소원 서울의대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소화기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1년에 1000명 정도 발생한다"며 "2000년 100여명에서 2009년 1000건으로 증가하는 등 환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중 90%는 수술로 완전히 제거할 수 있고 일부는 간 색전술, 항암제 치료를 받는다. 방사선미사일 치료가 가능한 전이성 환자는 20~30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는 "유럽에서는 14개 나라 41개 병원이 신경내분비학회 지정 전문센터로 지정돼 있고 말레이시아, 호주, 중국 난징에도 치료 센터가 있다"며 "2010년 독일에 있는 센터 한 곳에서 500여명이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이들 국가는 한국과 달리 의약품 허가를 받지 않아도 방사선미사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규제에 막혀 국내 치료제 사용이 늦어지면서 환자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보호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말기 암 환자가 해외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치료를 위해 사전에 비행기를 예약하고 의약품을 미리 구입해야 하는데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치료 받으러 가지 못하면 이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 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가 인수한 프랑스의 AAA사는 방사선미사일 치료제를 개발해 미국 FDA에 허가 신청을 했다. 치료제 가격은 2만 달러(2231만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에서 치료받는 비용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전문가들은 국내 의료기관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수입해 치료할 수 있게 되면 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서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치료인데다 사람 대상 학술 논문까지 다수 발표된 치료인데도 다른 의약품과 같은 절차를 거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사람 대상 연구 결과는 충분하지만 이들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없어 동물 반복 독성 시험을 다시 해야 한다"며 "이르면 내년 초 국내 임상 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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