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 회사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꾸 우리와 제휴를 맺었다고 하는데 당황스럽습니다. 이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외국계 기업의 한 관계자가 국내 A 스타트업의 연락처를 아는지 물어왔다. A사의 어떤 임직원과 미팅 한 번 한 적이 없는데도 A사 대표는 수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들을 언급한다며 정식으로 항의하고 싶다고 했다.

스타트업들이 참가한 한 채용 박람회의 모습. 한경DB

#2. B 스타트업은 자신들이 만든 앱이 “사용자가 100만명”이라고 자랑했다. 구글 앱스토어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애플 앱스토어의 실적이 빠진 걸 감안해도 도저히 100만명이 나올 수 없는 숫자였다. “정말 그 숫자가 맞느냐”고 묻자 이번에는 “그럼 그냥 70만명이라고 써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용자 수가 어떻게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스타트업 쪽을 취재하며 조심스러운 것 중 하나는 ‘숫자의 검증’에 대한 문제다. 아직 규모가 작아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곳이 많다보니 매출이나 영업이익, 지분구조 같은 기본적인 자료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고객을 늘리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신들의 성장을 홍보하려는 수요가 강하다. ‘이 숫자가 진짜일까’ 의구심이 드는 사례를 적지 않게 접하게 되는 이유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C 스타트업의 보도자료에는 ‘(온라인 부문)’이라는 자그마한 괄호가 붙어 있었다. 다른 사업부문까지 합치면 어떻냐고 묻자 홍보 담당자는 “그걸 왜 묻느냐”고 반문했다. ‘제공하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쓰라’는 식의 언론관이 아니고서야 나오기 힘든 답변이다. 더 씁쓸한 건 실제 그 보도자료를 ‘Ctrl+C’ ‘Ctrl+V’ 해서 받아쓰는 매체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경영지표를 시원하게 공개하지 않는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기존 투자자와의 관계가 조심스럽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경쟁업체들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마사지’된 숫자를 공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기업의 도덕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 유명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몇 년 전 업계 2위였던 시절 투자자들에겐 ‘무조건 우리가 1등 하고 있다’고 우겼다”는 에피소드를 말한 적이 있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업계 1위를 굳히는 데 성공한 한 스타트업의 과거 무용담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대기업이나 상장사였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여러 스타트업에 이런 방식을 ‘홍보 전략’으로 조언해주는 전문가까지 있다고 한다.

기업에게 언론이 요구하는 모든 정보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그렇다면 애플이나 샤넬 같은 외국계 유한회사처럼 ‘비공개’ 원칙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성과를 홍보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각종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기존 대기업과 다른 새로운 조직문화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스타트업이라면 정직성에 있어서도 스스로 더욱 엄격해야 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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