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실버세대 위한 신기술
센서 달린 '스마트 지팡이'
기초대사량 등 건강상태 체크

중장년층 겨냥한 SNS 앱… 취미생활 등 관심사 특화

업계 "실버산업 유망하지만 의료법 규제가 걸림돌"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해 12월 홀로 사는 노인 20명의 집에 ‘소통박스’를 보급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소통박스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로하가 내놓은 노인용 사물인터넷(IoT) 스피커다. 휴대폰 사용에 서툰 고령자들이 음성만으로 지인과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오랫동안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거나 침수, 화재 등이 의심되면 복지사에게 통보하는 기능도 있다. 시범사업 대상 노인의 60%가 하루 10회 이상 쓸 만큼 반응이 좋아 부산 동구, 서울 마포구 등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실버세대를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IoT 기반 스피커와 지팡이는 물론 중장년층 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노년기 ‘공포의 질병’인 뇌졸중 치매 고혈압 등의 치료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이 접목되고 있다.

◆AI가 뇌졸중·치매 극복 돕는다

네오펙트는 AI와 IoT를 활용해 뇌졸중 치매 등의 재활훈련 기기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환자는 센서가 달린 장갑을 끼고 다른 그림 찾기, 카드 맞추기 같은 게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AI가 움직임을 분석해 난이도를 자동 조절하며 이 과정에서 손, 어깨, 인지기능 등 부위별 재활훈련이 이뤄진다. 이 제품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50여 개 병원에서 쓰이고 있고 미국에선 가정용 렌털(대여) 서비스도 시작했다.

기업용 챗봇 등을 개발해 온 마인즈랩은 올 들어 시니어 헬스케어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부산대병원과 협약을 맺고 ‘만성질환자 지능형 관리센터’ 구축에 참여했다. AI로 진료기록과 음성·생체 자료를 분석해 고혈압 당뇨 등 환자에게 식단과 건강 관리법을 조언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박성준 마인즈랩 부사장은 “간단한 문답 수준인 기존 문진과 달리 환자와 의료진의 대화를 모두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기 때문에 훨씬 풍부한 분석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IoT 지팡이·시니어 SNS도 등장

IoT 전문업체 오퍼스원은 국내 한 통신사와 협력해 스마트 지팡이를 개발하고 있다. 이 지팡이는 손잡이에 달린 센서로 사용자의 위치와 체지방, 기초대사량 등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파악한다. 지팡이를 놓치고 쓰러지는 등의 돌발상황도 곧바로 인식한다. 김기영 오퍼스원 대표는 “부모님과 항상 붙어있을 수 없는 자녀들이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하는 다음달 50~60대를 겨냥한 SNS 앱 아지트를 내놓는다. 건강, 가족, 취미생활 등 중장년층의 관심사에 특화해 다른 SNS와 차별화했다. 전국 동창회와 산악회 회장 30여 명을 시니어 인플루언서로 영입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김경문 로하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부분 젊다 보니 노인 대상 창업이 아직 많지 않다”며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라고 했다.

◆업계 “헬스케어 유망한데…”

한국은 지난해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로 접어든 데 이어 8년 뒤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노인 관련 산업이 ‘100세 시대’의 유망 분야로 떠올랐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실버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헬스케어 분야는 의료법상 각종 규제가 큰 걸림돌이다. 네오펙트는 원격의료 금지 규정 탓에 국내보다 미국·유럽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로봇이나 금융을 결합한 노인 대상 스타트업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미국 트루링크파이낸셜은 금융사기의 표적이 되기 쉬운 은퇴자들을 위해 노인 전용 직불카드를 발급한다. 수상한 거래는 즉시 차단하고, 가족이 카드 사용처와 한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 인튜이션로보틱스는 올초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AI 로봇 엘리 큐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홀로 사는 노인에게 말을 걸어주고, 약 먹을 때를 챙겨주고, 지인과 영상통화를 연결해주는 등 손발 노릇을 한다. 이 회사는 최근 삼성에서 수십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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