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인근 한국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국내 주요 기업 주주총회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업의 지배구조가 시대적·국제적 흐름에 근접하며 쉽게 후퇴하지 않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기반을 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달 17∼23일 정기 주총을 여는 회사는 총 484개로, 이른바 '주총시즌'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주총은 주주 행동주의(주주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활동)가 강세를 띠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주총은 플레이어들이 다양해졌다는 느낌"이라며 "엘리엇 등 외국인 헤지펀드뿐 아니라 강성부 펀드와 같은 국내 행동주의 펀드도 생겼고 국민연금도 들어왔다"며 "국내외 의결권자문기관도 엇갈리는 내용의 분석을 내놓는 등 다양한 플레이어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법 개정과 같은 경성규범(hard law) 변화가 나타나기에 앞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와 같은 연성규범(soft law)으로부터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 플레이어의 인식 자체가 바뀌었고 우리 기업들도 (변화의) 단계에 다다랐다는 느낌"이라며 "기업들이 글로벌화한 상황에서 정책적 요인과 함께 엘리엇과 같은 우발적인 요인이 나타나면서 좀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주주 친화적 변화도 감지했다고 전했다.

공정위 집계(이달 7일 기준)에 따르면 현대차·SK·포스코[005490] 등 13개 대기업집단 소속 21개 상장사는 전자투표제를 신규 도입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소속 248개 상장사 중 전자투표제를 자발적으로 도입한 회사는 86개에 달한다.

3월 셋째·넷째 주 금요일에 주총을 여는 회사의 비율은 올해 40.7%로, 2017년 70.6%, 작년 60.3%에서 꾸준히 감소하는 등 분산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 견제를 통해 기업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표이사-이사회 분리' 사례도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7년에는 네이버, 작년에는 삼성, 올해에는 SK가 이를 도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시대적·국제적 흐름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이번 주총시즌에서 확연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정표라는 것은 어느 길로 가는지를 보여주는 표식"이라며 "기업 지배구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간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에서 이정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10대 그룹 아래 중견·하위그룹이 오너 보수 한도를 올리는 등의 안건을 올린 점 등을 예로 들며 이들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주목도가 낮은 중견·하위그룹은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이런 기업들의 거래 관행이나 지배구조 등에 공정위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관련 기관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서는 기업과 일반 기업의 상당한 오해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은 경영권 위협이라 생각해 과민반응을 보였고, 국민연금이 모든 기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며 "주총 한 번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오해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기간 서로 대화를 나누며 문제의 원인을 찾고 공동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라며 "이런 오해를 합리적으로 푸는 과정을 거친다면 연금 사회주의 논란도 잦아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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