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국내외 경고가 커진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또 낙관론을 들고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지난 1월 생산 설비투자 같은 주요 경기 지표들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의 이런 경기판단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제통화기금과 무디스를 비롯한 국내외 민간연구기관은 물론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과도 배치돼 ‘나홀로 낙관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KDI와는 같은 1월 지표를 놓고도 상반되는 해석을 했다. 그린북은 “주요 지표가 반등했다”고 평가했지만 KDI는 “투자 부진이 심화되고 소비증가도 미약하다”고 걱정했다.

시장에서는 KDI 판단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다. 1월 소매판매 4.0% 증가부터 설 명절이 2월 초에 들면서 일시 늘어났던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1월 설비투자 역시 ‘전월 대비’ 상승반전보다 ‘전년 동기 대비’ 16.6% 급감한 것에 주목하는 게 합리적이다. “추세 파악 시 ‘전월 대비’보다 ‘전년 동월 대비’ 분석이 정확하다”는 KDI 지적을 기재부도 모를 리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을 넘어 정부의 지표 왜곡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억지 낙관’을 짜내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린북의 아전인수식 해석은 역설적으로 기재부의 조바심을 보여줄 뿐이다. 2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26만여 명으로 높아졌다며 ‘고용상황 개선’을 주장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재정을 쏟아부어 하루 두세 시간 쓰레기 줍기 등 60대 이상 ‘단기 알바’ 일자리를 40만 개가량 늘린 결과이며, 고용 질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사실은 기재부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경제정책 사령탑인 기재부가 ‘억지’ 논란을 감수하며 낙관론에 매달리는 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경기(景氣)’의 ‘기’에는 ‘기분 기’라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좋은 쪽으로 분위기 유도도 필요하지만 그린북은 정부의 공식 경기진단 보고서인 만큼 달라야 한다.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한 빈틈없는 국정 수행을 위해선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첫걸음이다.

취임 100일을 맞는 ‘홍남기 호’의 역할은 청와대나 여당과 다르다.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기관’들이 경기를 낙관으로 포장하더라도 전문 관료 집단인 기재부는 평정심으로 냉철하게 진단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이 스스로 예고했던 금리인상을 급중단할 만큼 외부환경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KDI가 고유의 중립적 분석을 소신있게 수행하며 신뢰를 높여가는 현실을 기재부 간부들은 돌아보고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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