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가 6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더는 감당할 수 없어 공기업 최초로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을 우려가 있다고 한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첩첩산중이다. 광물공사 외에도 많은 자원·에너지 공기업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졌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는 물론 다른 에너지 관련 공기업도 줄줄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자원·에너지 공기업의 수난 시대라고 할 만하다.

이들 공기업이 경영 위기에 빠지게 된 데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정책 불확실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때 해외자원 개발에 동원됐던 광물공사 대한석유공사 등은 정권이 바뀌면서 감사와 수사 대상으로 내몰린 사례들이다. 한국전력 등 발전 공기업들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전환’이란 이름 아래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어느 쪽이건 임기 5년 정권이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국민에 대한 성실한 설명 없이 자원·에너지 정책을 바꾼 결과란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한국의 ‘정권리스크’는 국제 자원·에너지 시장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특정 정권이 해외자원 개발을 추진하면서 목표치를 채우느라 비싸게 사들인 공기업이 정권이 바뀐 뒤에는 정리대상이 돼 헐값으로 팔리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내 자원·에너지 공기업은 국제 시장에서 ‘봉’이란 말까지 나돈다. 해외원전 수주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던 한국이 탈원전으로 발목이 잡힌 것도 마찬가지다. 자원·에너지는 5년짜리 정권이 그때그때 정치상황이나 이념에 따라 마구 주물러도 되는 분야가 아니다. 해외 자원·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특히 그렇다. 먼 미래의 수급상황까지 그려가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게 마땅하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