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엠트리케어 대표

“규제는 심하고 수익은 내기 어려운 이런 환경에선 혁신은커녕 기업이 설 땅조차 없습니다.”

스마트 체온계와 앱(응용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영유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한 엠트리케어의 박종일 대표(45·사진)는 최근 회사를 처분하기로 하고 인수자 물색에 나섰다. 헬스케어사업에 뛰어든 지 6년 만에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스마트폰 앱 개발업체에 근무하던 박 대표는 2013년 창업했다. 병원은 물론 집에서도 아이들의 체온 관리를 통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2억원을 투자해 4년여에 걸쳐 스마트 체온계와 앱을 개발했다. 발열, 구토, 홍조, 반점, 콧물 등 영유아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증상을 입력하면 의사가 대처법을 알려주는 서비스였다. 600만 건의 영유아 체온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지역별 독감 지도 구축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의사가 환자에게 대처법을 알려주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판정에 서비스가 막혔다. 박 대표는 기획재정부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찾아가 규제 개선을 수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의료계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의 반대로 원격의료 규제 개선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시간만 허비했다. 빅데이터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혔다.

회사 매출은 3억원에 그쳤고 직원들은 하나둘 떠났다. 사업이 지지부진하니 투자 유치도 어려웠다. 박 대표는 “투자 유치에 실패해 체온계를 거의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과자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하려다 의료법 광고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2017년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헬스케어산업이 규제로 몸살을 앓으면서 규제 샌드박스 등 정부 육성 정책에 대한 불신까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적인 규제 개선 없이는 엠트리케어 같은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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