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중재' 고심하는 靑

"美·北 모두 협상 지속 의사
이제는 남북이 대화할 차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6박7일간의 아세안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지난 16일 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정·청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노 실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청와대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과거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간의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도 북한을 향해 “협상을 원한다”는 유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다만 북한의 태도를 되돌릴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靑 “미·북 모두 협상 지속 의사 분명”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 모두 2017년 이전의 갈등·대결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비핵화 협상의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폭탄발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물밑 접촉을 통해 내린 결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채택이 무산됐지만, 북·미 양측 모두 외교와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최선희의 브리핑 내용만 봐도 협상을 할지 말지에 대한 입장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협상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외교는 살아있다’는 표현까지 썼다”고 희망적인 관측을 덧붙였다.

‘빈손 회담’으로 끝난 ‘하노이 핵담판’에 대해선 미국 입장에서는 실보다 득이 많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관계자는 “합의 무산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질 정치적 부담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에 아무것도 내주지 않은 채 협상 테이블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카드만 남겨둔 채 떠난 점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달성은 어려워”

청와대는 북한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을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많은 기대를 품고 60시간 이상 열차를 타고 하노이행(行)을 택했지만 성과 없이 평양으로 돌아가면서 내부 정치적인 어려움에 놓였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 전술에 있어서 (김정은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며 “이번에는 남북한 간 대화의 차례가 아닌가 보여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빅딜’ 요구에 맞서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북의 주장을 절충시킨 묘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미국의 ‘일괄타결’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의 이른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이나 과정과 동떨어진 분절된 단계적 방식, 소위 (북한의) ‘살라미 전술’은 우리가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 수보회의 취소…중재 역할 고심

문재인 대통령은 18일로 예정돼 있던 수석·보좌관 회의는 물론 이낙연 총리와의 정례회동마저 취소한 채 숙고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최근 악화된 미·북 관계를 회복시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일단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는 한두 번의 연속적인 ‘조기 성과’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청와대에서는 김정은을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아세안 국가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물론 북한과의 협의가 전제돼야 가능한 얘기다.

다만 그 이전에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이뤄질지는 별개 문제다. 청와대 측도 “아직 구체적인 협의나 추진 상황은 없다”며 “우리에게 넘겨진 ‘바통’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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