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비현실적인 대자연' 캐나다 앨버타를 가다

짜릿한 레포츠 천국 밴프 국립공원
환상적인 물빛 마을 레이크 루이스

빅비하이브 올라가는 길에 나타나는 아그네스 호수.

캐나디안 로키를 품고 있는 앨버타, 때 묻지 않은 모습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예찬하는 미사여구는 많지만, 이곳에는 더욱 특별한 표현이 필요하다. 앨버타 주는 캐나다의 중서부에 있다. 석유와 가스가 생산돼 부유하고, 축산업도 발달해 최고급 소고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 여행지로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배경에는 캐나디안 로키가 있다. 광활하고 원시적인 자연을 자랑하는 캐나디안 로키는 이 나라의 수많은 볼거리 중 단연 으뜸이다. 닿는 걸음마다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 높디높은 로키산맥의 반대편은 대평원 지역이다. 한없이 평탄한 땅이 끝없이 뻗어 있는 모습은 차라리 비현실적이다. ‘들러줘야 할 곳’이 너무 많은 여행지는 필연적으로 선택의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어디든 만족할 가능성이 높은 앨버타, 이곳에서의 여행이 흐뭇하기만 한 이유다.

캐나디안 로키 여행의 진면목, 밴프

앨버타의 소문난 여행지 밴프(Banff)는 산이 많은 도시다. 노키산, 런들산, 설퍼산, 캐스캐이드산, 터널산, 캐슬산 등 2000m가 넘는 준봉들이 우람한 병풍처럼 도시를 두르고 서 있는 모습은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장관이다. 이 산들의 대부분은 밴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이라는 훈장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하다.

밴프의 자연은 다양한 여행 스폿으로 차고 넘친다. 그 가운데 3개의 호수로 이뤄진 버밀리언 호수(Vermilion Lakes)는 이름 그대로 주홍빛의 신비한 색감을 뽐내며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해질 녘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과 런들산의 아름다운 자태를 반영한 모습은 가슴이 벅찰 정도로 황홀하다. 미네완카 호수는 과거 원주민들에게 죽은 자들의 영혼이 만나는 장소로 알려졌다. 그래서 ‘영혼의 호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밴프 국립공원 내의 호수 중 가장 많은 저수량을 자랑할 만큼 넓은 면적과 주위의 거대한 협곡이 어우러진 풍경은 원주민의 이런 전설이 더해져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캐나다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밴프.

마릴린 먼로가 영화를 찍은 보 폭포(Bow Falls)와 1888년 문을 연 고색창연한 자태의 밴프 스프링스 호텔도 쌓인 사연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여행자의 발길을 유혹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네스코 세계 10대 절경, 레이크 루이스

밴프에서 북서쪽으로 약 56㎞ 지점에 있는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는 거주자가 거의 없는 작은 동네지만 앨버타를 대표하는 여행지다.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개의 호수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동네 이름의 기원이 된 호수, 레이크 루이스다. 원래 이름은 에메랄드 레이크였다. 19세기 후반 영국 여왕 빅토리아의 딸인 루이스 공주가 들른 후부터 그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불렸다. 폭 300m, 길이 2.4㎞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 호수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환상적인 물빛, 호수 뒤로 서 있는 빅토리아산과의 조화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표현 불가능한 장관을 연출한다. 유네스코는 레이크 루이스를 세계 10대 절경으로 선정했다.

빅토리아 산을 배경으로 보이는 모레인 호수.

레이크 루이스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모레인 호수, 캐나다의 20달러 지폐에도 등장할 만큼 앨버타가 자랑하는 곳이다. 1899년 이 호수를 발견한 월터 윌콕스는 그 어디에서도 이보다 더 아름다운 호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호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락파일 전망대에 서면 당시 윌콕스의 감격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 텐 피크로 불리는 열 개의 아름다운 봉우리에 둘러싸인 모레인 호수, 그 안에서 곱게 빛나는 옥빛 물색. 이 풍경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로키산맥의 보석 같은 마을, 재스퍼

재스퍼(Jasper)는 밴프보다 더 작고, 더 조용하다. 하지만 더 야생적이고, 더 원시적이다. 재스퍼는 옥(玉)이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로키산맥이 품고 있는 보석 같은 마을이다. 이 지역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은 캐나디안 로키에서도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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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타 애서배스카 빙하를 찾은 관광객들.

재스퍼 여행은 다운타운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관광안내소, 상점, 음식점, 숙박시설 등이 몰려 있는 재스퍼 국립공원의 중심지다. 마을은 매우 작아 느긋하게 둘러봐도 한 시간을 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산골동네에서 터를 잡고 장사해온 유서 깊은 가게와 소문난 아이템이 적지 않아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을 남서쪽에 우뚝 선 휘슬러산은 다운타운에서 7㎞ 떨어져 있어 첫 방문지로 제격이다. 해발 2464m의 정상에 서면 재스퍼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산과 강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마치 그림 같다.

정상 부근 전망대까지는 우리의 케이블카에 해당하는 재스퍼 스카이트램으로 이동할 수 있다. 스카이트램으로 오르내리는 동안에 펼쳐지는 경치도 훌륭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재스퍼를 찾았다면 가벼운 하이킹에 나서 볼 일이다. 다운타운에서 북동쪽으로 약 1㎞ 지점에 있는 멀린 협곡은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빙하호인 멀린 호수를 필두로 재스퍼에는 수많은 호수가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주변 도시에 있는 호수들의 높은 지명도나 규모와 비교하자면 재스퍼의 호수들은 작고 소박하다. 나란히 이웃하고 있는 피라미드 호수와 패트리샤 호수는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바닥까지 훤히 비칠 만큼 깨끗하고 청명한 물에 펼쳐지는 반영은 위아래 구분이 무의미할 만큼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이른 아침 시간대가 포인트임을 기억해두자.

배드랜드라고 쓰고 멋진 땅이라고 읽는다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케 하는 배드랜드 호슈 협곡.

앨버타의 서쪽 캐나디안 로키 지역이 신이 빚은 듯한 아름다움이 모여 있다면 앨버타의 남쪽은 넓은 평원과 함께 신이 버린 듯한 척박한 자연이 불쑥 나타나 흠칫 놀란다. 황량하고 메마른 지면, 가로 세로로 죽죽 선을 그은 듯한 생소한 형태의 봉우리와 바위들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듯하다. 오죽하면 이름도 배드랜드다. 알고 보면 이질적인 배드랜드의 풍경은 지구의 기후 변화와 그 궤를 같이한 세월의 흔적들이다. 거슬러 7500만 년에서 1억 년 전, 이 지역은 비교적 온화한 기후로 공룡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다 빙하기가 도래했다. 생명체는 물론 이 땅 자체가 거대한 빙하 속에 묻혔다. 세월이 흘러 빙하는 물이 되고 지형을 침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배드랜드의 기괴한 지형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진 것이다. 화석이 돼 버린 공룡의 흔적도 수두룩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배드랜드의 환경을 압축해 놓은 장소가 다이노서 주립공원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신기한 풍경과 세계 최대 공룡 발굴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관람은 가이드를 동반한 그룹투어 방식이다 보니 자유를 선호하는 여행자들은 주변의 다른 스폿들로 눈을 돌린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호슈 협곡이다. 이름 그대로 말편자 모양을 띠고 있는 이 협곡은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케 하는 웅장함으로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는 단층과 지질구조도 복잡하고, 예전 생물의 화석과 고대 광물이 여전히 발견된다고 한다. 이런 풍경을 전하기에 사진은 부족하고, 글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앨버타(캐나다)=글·사진 임성훈 여행작가 shlim1219@naver.com

여행메모

앨버타를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렌터카를 이용한 자유여행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드라이브를 하는 것만으로도 영화 같은 멋진 여행이 완성되는 앨버타의 도로 몇 개를 소개한다.

1.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밴프에서 재스퍼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중 93번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약 230㎞ 구간. 도로 주변으로 애서배스카 폭포, 크로우풋 빙하, 보우 호수, 선웝터 고개 등 드라마틱한 풍경이 줄줄이 나타난다. 특히 절경으로 꼽히는 페이토 호수(Peyto Lake), 컬럼비아 대빙원 등은 가던 길을 반드시 멈추게 하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명물이다.

2. 보우밸리 파크웨이=밴프와 레이크 루이스를 연결하는 도로로 공식 명칭은 1A번 고속도로. 기찻길과 나란히 펼쳐진 절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맛에 관광도로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3. 옐로헤드 하이웨이=대도시 에드먼턴과 재스퍼를 잇는 길. 코너를 돌 때마다 불쑥 나타나는 멋진 풍경에 진행하다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면 예상 소요시간을 훌쩍 넘기게 되는 ‘마의 길’로 이름 높다.

4. 캘거리~드럼헬러 간 도로=캘거리에서 배드랜드의 대표 도시인 드럼헬러를 잇는 567번 도로와 9번 도로. 지평선까지 막힘 없이 뻗은 직선의 평원 길은 너무도 이국적이라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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