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공시가격 산정

같은 동에서 가격 차이 나기도
주민 불만 속출…이의신청 나서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도 불거질 전망이다. 실거래가는 낮은데도 공시가격은 더 높게 매겨지거나 동일한 아파트 단지에서 공시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등 불합리한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름마을 삼호아파트 전용면적 84㎡의 시세는 6억9000만~8억원이다. 바로 옆 단지인 아름마을 두산아파트 84㎡는 7억6000만~8억2000만원으로 삼호아파트보다 높다. 작년 8월 집계된 실거래가도 삼호 84㎡(7억7000만원)보다 두산 84㎡(7억9000만원)가 더 높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공시가격은 삼호가 두산보다 높게 책정됐다. 두산 410동 6층의 전용 84㎡는 5억2800만원인 데 비해 삼호아파트 417동 같은 층의 같은 면적은 5억8000만원이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원래 두산아파트가 삼호아파트보다 전망이 좋아 예전부터 시세가 높은 편이었다”며 “시세와 거꾸로 공시가격이 산정되니 삼호아파트 주민들이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단지보다 가격이 덜 올랐는데도 공시가격은 더 높게 산정된 아파트도 있다. 서울 구로구 구로SK뷰 전용 84㎡ 아파트는 작년 1월 4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9월에는 5억9000만원에 거래돼 31.1% 올랐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구로동 롯데아파트 전용 84㎡는 작년 1월 5억1300만원에 거래된 후 10월 6억6000만원으로 28.6% 상승했다.

그러나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이와 정반대였다. 구로SK뷰의 올해 공시가격은 3억5600만원으로 3억1500만원이던 작년에 비해 13% 올랐다. 구로동 롯데의 올해 공시가격은 작년(3억5500만원)보다 23.7% 상승한 4억3900만원이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오히려 SK뷰가 상승장을 타는 분위기였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공시가 산정 기준이 뭔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동인데도 공시가격에 차이가 나는 사례도 발견됐다. 서울 용산구 한가람아파트 212동 11층의 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9억5200만원이다. 같은 면적의 9층은 8억9600만원이다. 불과 2개 층 차이인데도 5600만원이나 차이 난다. 두 층의 호가는 현재 15억~15억5000만원으로 동일하다.

중소형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대형 면적보다 더 오른 사례도 있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234㎡의 공시가격이 작년 40억9600만원에서 올해 45억1200만원으로 10.2% 올랐다. 반면 전용 84㎡는 15억400만원에서 올해 19억400만원으로 26.6% 상승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과세의 근거 기준인 만큼 합리성과 신뢰성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며 “조세 형평성의 논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불합리한 점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