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인질 잡히는 對北경협
스몰딜 유혹 떨치고 제재 강화를"

정상돈 < 한국외국어대·정치행정언론대학원 초빙교수 >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1월 29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한국 정부도 같은 내용의 정보를 미국과 공유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3·1절 100주년 기념식과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남북경협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한국 정부는 겉으론 비핵화를 말하면서 속으론 ‘핵보유국 북한’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 기조를 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앞장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도 어떻게든 대북제재를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 카드로 미국과 충돌하면서까지 미국이 대북협상의 지렛대로 생각하는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13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관계없이 한반도 정세를 밀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북핵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폐기 대상이다. 지금 북핵 폐기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대북제재 무력화로 인해 북한 비핵화가 무산된다. 한국이 남북경협에 기초한 ‘신한반도체제’ 구상과 평화선언 등으로 북핵을 관리하려 한다면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역행하는 것이 된다. 김대중 정부가 남북경협으로 북한에 경제지원을 하고 긴장완화 정책을 추진했을 때도 북한은 단물만 빨아 먹고 비밀리에 핵을 개발했다. 그러고는 연평해전 같은 군사도발을 자행했다. 햇볕정책과 남북경협은 북한을 관리할 수단이 되지 못했다. 이는 김정은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남북경협에 기초한 ‘신한반도체제’는 우리 경제를 북한의 인질로 만드는 위험한 정책이다.

하노이 회담 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및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에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를 폐기하라”며 ‘빅딜’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는 핵과 미사일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에 핵 포기 의사가 없는 한 현상타파의 수단도 달리 없다. 대북제재가 지속되면 주민들에게 하노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릴 카드가 필요하다. 조만간 평화적 목적으로 포장한 미사일 발사로 도발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당분간 미·북 간 ‘강 대 강’ 갈등이 불거질 것이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대화가 시작돼 협상의 판 자체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최근 ‘완전한 비핵화’를 앞세우고 있지만 단계별 ‘비핵화 쇼’를 하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북 간 ‘스몰딜’ 중재를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변덕스러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몰딜까지 거부하는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 신고와 검증 및 시간표에 기초한 비핵화 로드맵이 없는 스몰딜은 ‘쇼’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 국민은 비핵화 쇼도 북핵 관리도 아닌 전면적인 북핵 폐기를 원한다. 한국 정부는 선택을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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