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기자의 '커스텀 로스팅' 체험기

서울 동부이촌동 커피앳웍스에서 한규철 로스터(가운데)와 정성원 로스터(오른쪽)가 한 고객에게 생두 품종과 맛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집에서 커피 어떻게 드세요? 평소 어떤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서울 동부이촌동에 있는 ‘로스트웍스’에 들어서자 로스터가 묻는다. 로스트웍스는 원하는 품종의 스페셜티 원두를 취향에 맞게 로스팅한 뒤 원하는 형태로 패키징까지 해주는 국내 최초의 ‘커스텀 로스팅 카페’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확대되고, 집에서 취향대로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면서 SPC그룹이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카페다. 기존 카페 커피앳웍스 동부이촌동점 매장 한편에 2개월 전 문을 열었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업계 ‘제3의 물결’로 불리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국제 스페셜티커피협회(SCA)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받은 원두를 ‘스페셜티’로 부른다.

하지만 진정한 스페셜티 커피는 엄격하게 관리되고 제대로 로스팅 및 추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커피나무 상태, 커피 농장의 농부, 생두에 등급을 매기는 커퍼, 생두의 맛과 향을 끌어올리는 로스터, 이를 최적의 한 잔으로 만들어내는 바리스타까지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 로스트웍스는 그런 의미에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실험적인 매장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5일 커스텀 로스팅 카페를 체험해봤다.

세상에 없던 ‘나만을 위한’ 로스팅

전국에 수많은 카페가 있지만 내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찾기란 쉽지 않다. 로스트웍스에 들어서자 한규철 로스터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지 물었다. “산미와 과일 향이 조금 있었으면 좋겠고, 집에서는 하리오 드리퍼로 핸드드립 방식을 쓴다”고 답했다.

그가 추천해준 생두는 ‘콜롬비아 게이샤’와 ‘콜롬비아 트로피칼’. 두 종류의 원두를 비교 시음할 수 있도록 바로 내려줬다. 게이샤는 명성에 걸맞게 다채로운 맛과 향을 머금고 있었지만, 트로피칼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 로스터는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농장에서 들여온 두 번째 커피로, 망고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 향이 나고, 밸런스가 좋은 원두”라고 설명했다.

품종은 옐로 버번. 보통 커피 열매가 붉은 색인 데 비해 옐로 버번은 열매 자체가 노란색을 띤다. 콜롬비아 트로피칼을 선택하자 로스터는 ‘로스팅 레벨’을 물었다. 로스팅하는 시간에 따라 라이트, 미디엄, 다크 등 3단계로 나눠 선택할 수 있었다. 시음했던 원두를 기준으로 더 강하거나 약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200g 원두를 라이트와 미디엄의 중간 정도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로스터는 생두 200g을 담아 바로 옆 로스팅실로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전기 방식의 로스팅 기기인 스트롱홀드를 쓰고 있었다. 1000개가 넘는 원두 로스팅 프로파일을 저장할 수 있어 언제든 같은 입력값으로 다시 로스팅할 수 있는 게 강점인 기기다. 경기도 등 먼 거리에 있는 다른 기기와도 실시간으로 데이터 정보를 교환한다. 15분 정도 흐르자 갓 볶아진 원두를 들고나왔다. 기다리는 시간에는 매장 밖에 설치된 패널로 로스팅 정보를 확인하면서 로스터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굵은 소금보다 작게 갈아 2분 내 추출하세요”

원두 봉투에는 주문할 때 미리 설정한 커피 이름 ‘보라@웍스’가 적혀 나왔다. 로스팅한 날짜와 원두의 특징 등이 그대로 쓰여 있었다. 한 로스터는 “굵은 소금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원두를 분쇄하고, 20g의 원두에 300mL의 물을 넣어 2~3분 내 추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스팅이 끝난 원두는 세 가지로 선택해 가져갈 수 있다. 원두(100~200g)를 그대로 담거나 물만 부어 바로 추출할 수 있는 ‘드립백’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 만약 카페 단골이라면 매장에 원하는 이름으로 맡겨놓고 14일 내 언제든 와서 다섯 잔으로 나눠 마실 수 있는 ‘브루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한 번 로스팅한 ‘나만의 맞춤 원두’는 다음에 방문했을 때 ‘OO커피 주세요’라고 말하면 바로 재주문할 수 있다.

조방실 커피앳웍스 팀장은 “동네에 사는 친한 친구의 이름으로 원두를 맡겨놓고 선물하기도 하고 나만의 원두를 1~10번까지 나눠 설정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100g씩 주문해 가는 단골도 있다”고 말했다.

로스트웍스는 원두를 집주소로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12개 매장 중 동부이촌동점에서만 커스텀 로스팅을 하고 있지만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1990년대부터 커피 사업을 해온 SPC그룹은 경기 평택과 충북 음성에서 커피 로스팅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사내 커피 연구소에선 20여 명의 전문가가 일한다.

조 팀장은 “커스텀 로스팅은 지속적으로 어떻게 같은 품질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원두 산지에서 로스팅까지 모든 과정을 커피 전문가들이 철저히 관리해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 서울 주요 로스터리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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