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서와 소통 활성화·노하우 공유" 대체로 호응
"공간 바뀐다고 업무 효율 오를까" 회의적 시각도

한화에스테이트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사내 카페 ‘마당’에 조성된 공유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지난 12일 오후 5시. 서울 종로 그랑서울 빌딩의 SK 사무실에서 ‘피맥(피자·맥주) 파티’가 열렸다.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모였다. 이곳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리를 잡아 일하는 스마트오피스로 꾸며졌다. 옆자리에 앉는 동료가 매일 바뀌는 점을 감안해 서로 얼굴을 익히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다. 한 참석자는 “새로운 공간에서 일하면서 다른 조직원과 소통할 기회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오피스와 공유좌석제가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회사별, 층별, 부서별로 나뉘어 있던 칸막이 문화를 혁신해 업무 효율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게 스마트오피스의 핵심이다. 기업들은 어느 자리에나 자유롭게 앉아 일하는 공유좌석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대기업일수록 공유좌석제가 상호 협력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한 화상회의,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 회의’가 활발해진 것도 기업들의 변화상이다.

지난 11일 스마트오피스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 중학동 SKC 본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SKC 제공

근무 환경 바꾸는 스마트오피스

14일 재계에 따르면 스마트오피스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회에서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칸막이 안에서만 일하면 새로운 시도나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연히라도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를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라는 것이 최 회장의 주문이다.

SK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본사인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을 개인 지정 좌석이 없는 ‘공유 오피스’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층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3개사는 맞은편 그랑서울 빌딩에 마련된 스마트오피스로 일터를 옮겼다. 직원들은 아침마다 전용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예약한다.

약 6개월 동안 공유좌석제를 경험한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른 계열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원과 수요 예측,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SKC도 지난 11일 서울 중학동 본사를 스마트오피스로 리모델링했다. SKC 관계자는 “인사만 하고 지냈던 다른 부서 사람들과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최근 서울 양재동 서초 연구개발(R&D) 캠퍼스 내 2개 층을 공유 사무실로 바꿨다. 이곳엔 디자인경영센터 직원들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강했던 현대자동차그룹도 스마트오피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일부 부서에서 공유좌석제를 시범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종합서비스회사인 한화에스테이트는 지난해 2월 공유좌석제를 도입했다. 김광성 한화에스테이트 대표는 “환경이 바뀌면 생각과 행동이 바뀌고 이렇게 만들어진 습관은 문화로 발전한다”며 “소통과 협업 문화를 무기로 혁신을 이뤄나가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전자 명패·위치 확인 시스템 도입

각 기업은 첨단 IT를 사무실에 적용해 스마트오피스에서의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5년부터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했다. 동국제강 직원들은 아침에 안면인식으로 출근 체크를 할 때 일할 좌석이 무작위로 배정된다. SKC는 좌석을 지정하면 전자 명패에 이름, 소속, 근무 위치가 표시된다.

공유 좌석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클라우드 등 IT 환경이 대폭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고정석을 없애며 생긴 공간은 회의실로 꾸며 원격 화상 회의를 지원한다. 종이 문서로 대면 보고를 하는 사례도 줄었다. SK 스마트오피스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회의실의 전자칠판으로 회의 내용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화상회의 효율을 높이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오피스가 기업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은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업무 환경만 바꾼다고 해서 근무 효율이 높아지겠느냐는 회의감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에 다니는 김모 과장(35)은 “회사 분위기가 보수적이어서 공유좌석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팀장이나 임원들이 특정 자리로 출근하라고 지시할 것 같다”며 “자기 자리 없이 카페처럼 열린 공간에서 좁게 앉는 게 더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한 기업들은 각종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좌석이 바뀔 때마다 직원 위치 확인이 어렵다는 의견에 따라 전자 명패와 위치확인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소형 단말기를 서버에 연결해 PC처럼 쓸 수 있는 가상데스크톱(VDI) 시스템도 공유좌석제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사무가구 전문기업 퍼시스는 “스마트오피스와 공유좌석제를 부분 도입한 한 기업은 업무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2.72점에서 3.53점(5점 만점)으로 높아졌다”며 “일률적인 적용은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어 일하는 형태나 직군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하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