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무지하게 신발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작은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무신사가 연간 거래액 4500억원이라는 온라인 쇼핑몰 업계의 불모지를 개척하고 있다. 무신사는 오직 '패션'에만 집중하는 '한 우물 파기' 전략으로 패션 이커머스 시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초창기에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인큐베이팅(성장)' 시키는 역할로 이름을 알린 무신사는 잇단 성공 사례가 나오자 유명 브랜드들도 입점을 하기 위해 줄을 서면서 외형을 키우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오프라인 백화점보다 오히려 온라인 무신사에 들어가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적은 비용으로 큰 매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6일 무신사에 따르면 2016년 1990억원이었던 연간 거래액이 지난해 45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연간 거래액 4000억원대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중에서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불모지로 불린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로 비춰봤을 때 올해는 거래액 1조원 이상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무신사도 연간 거래액 1조1000억원이라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만든 작은 인터넷 신발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무신사는 초기 각 브랜드들의 한정판을 판매하면서 회원을 끌어모았다. 그러다 2005년 패션 웹진 '무신사 매거진'으로 사업을 점차 확대하기 시작했다. 해외 패션 브랜드 소식과 정보, 최신 패션 트렌드, 거리 패션 등 패션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회원들이 자유롭게 패션 정보를 교류,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하면서 빠르게 회원 수가 증가했다.

이후 2009년에는 기존 사이트에 커머스 기능을 도입해 '무신사 스토어'를 열고 동대문에서 주로 활동하던 몇몇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팔면서 정식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무신사의 경쟁력은 '손님'을 끌어모으는 능력이다. 패션과 관련한 볼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쇼핑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전략이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쇼핑몰이라기보다는 미디어에 가깝다"며 "패션에 관한 스토리를 먼저 선보인 뒤 자연스럽게 커머스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무신사는 패션 에디터와 디자이너, 포토그래퍼들이 트렌디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에 최고의 브랜딩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쇼케이스와 스타일링 화보, 패션 뉴스, 스트릿 코디, 큐레이팅 숍 등 다양한 콘텐츠로 '옷'이 아닌 '스토리'를 판다.

입점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도 다른 쇼핑몰과 차별화 전략의 하나로 꼽힌다.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제품을 만들게 해 다양한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다. 또 화보 제작, 콘텐츠 공유, 협업 상품 개발 등 개인 디자이너들이 하기 쉽지 않은 일들을 지원해 이들로부터 원하는 제품을 끌어냈다.

무신사를 통해 유명해진 브랜드만 해도 '반스', '휠라', '디스이즈네버댓', '앤더슨벨', '드로우핏', '커버낫' 등 수십 개에 달한다. 반스는 유명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의 신발로 잘 알려져 있다. 2017년 기준 입점 브랜드 중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곳이 있을 정도로 규모도 커졌다. 무신사의 상위 20개 브랜드는 모두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헤드와 로맨틱크라운 협업 <무신사 제공>

이 때문에 무신사를 젊은 소비자층에 접근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휠라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엄브로, 폴로 랄프 로렌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무신사에 입점해 10대 소비자들과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특히 휠라는 10~20대 소비자를 겨냥한 주요 상품을 무신사에 판매, 밀레니엄 세대에게 확실한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토종 SPA 브랜드 '스파오'도 무신사와 함께 손을 잡은 대표적인 브랜드다.

입점 브랜드들의 전용관을 만들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랭킹숍, 코디숍, 큐레이팅숍 등 다양한 페이지를 구성해 '소비자 친화적'으로 꾸민 것도 단기간에 회원수를 크게 늘린 비결이다. 무신사는 현재 3500개의 국내외 입점 브랜드와 300만명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자체상표(PB) 제품을 만들어 수익성도 끌어올리고 있다. 그동안 인큐베이팅을 통해 네트워킹을 유지해왔던 디자이너들과 협업으로 자체 패션 브랜드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온라인 패션 쇼핑몰로는 처음으로 공중파 TV광고도 시작했다. 광고 노출 상품인 내셔널지오그래픽, 게스 롱패딩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가 넘는 거래액을 기록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브랜드별 주요 이슈를 활용해 차별화된 최적의 마케팅을 펼친다는 것이 무신사의 장점"이라며 "향후에는 SNS 채널로 파급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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