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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간 충돌방지 위해
'공동 핵심성과지표' 필요
상호 견제보다 협력 유도

어느 가정에 알코올 중독자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매일 술을 먹고 들어왔다. 아내는 이런 남편을 욕하면서도 아침에 해장국을 끓여주는 등 지극 정성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남편이 종교에 귀의했고 술도 끊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아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매일 술을 먹고 들어오는 남편을 돌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가 매우 유기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은 하나의 조직으로 유기체적 성격을 띠고 있다. 가정이라는 하나의 전체적 통일체를 이루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기능적으로 분화한 여러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조직도 비슷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조직의 모습을 유기적인 형태의 조직이라고 한다.

유기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 위의 사례와 같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반작용으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풍선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합목적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목표와 부분적인 기능 및 역할이 균형과 조화가 잘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성과에 대한 평가체계도 마찬가지다. 핵심성과지표(KPI)를 수립했다면 유기적으로 구성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품질 수준 향상’을 KPI로 선정했다면 이를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비용 절감’이라는 KPI를 동시에 설정하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두 개의 KPI는 공존하기 어렵다. 조정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함께 추구하면 구성원의 혼란뿐만 아니라 때로는 조직 간에 갈등을 초래한다.

가장 쉬운 조정 방법은 충돌 가능한 조직 간에 ‘공동 KPI’를 만드는 것이다. 전체 KPI 중 일정 부분을 관련 부서가 공동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한 은행의 개인금융(PB)센터는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 운영한다. 상호 경쟁하는 체제임에도 협조가 긴밀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PB센터 전체의 성과로 각사가 평가받도록 KPI 제도를 운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상호 견제보다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디즈니사는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을 채택했다. 백설공주, 라이언킹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개발하고 이를 영화 제작, 공연, 음반, 캐릭터 상품, 놀이공원, 출판, 여행 등과 같은 사업에 활용했다. 이런 복합적 사업구조는 사업부 간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즈니는 조직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임원 평가 시스템을 개선했다.

KPI를 수립한 뒤 유기적으로 구성됐는지 점검하는 방법으로 ‘KPI 맵’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각 KPI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조직 전체의 성과와 연결되는지 일목요연하게 나타낸 그림이다. 조직의 비전과 당해 연도 목표, 균형성과표(BSC) 관점에서 도출한 KPI가 구성 요소다. BSC는 재무, 고객, 내부, 학습과 성장 등 네 가지 관점으로 이뤄져 있다. 각 사업과 조직의 특성을 반영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비전과 목표, KPI끼리의 인과관계를 화살표로 연결한다. 화살표 방향에 따라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목표와 KPI의 연관성이 충분한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균형적인 KPI가 도출됐는지, 조정이 필요한 KPI는 어떤 것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최종 점검 및 조정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KPI 수립이 완료된다.

그리고 KPI 성과를 위한 실행에 전념하면 된다.

강성호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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