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카드사들이 현대차와의 수수료 인상 협상에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향후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대전'에서도 난항이 예고된 가운데 카드사 노조가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사무금융노조(이하 노조)는 13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갑질을 규탄하고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현대차가 '계약 해지'란 강수를 둔 점을 들어 앞으로 통신, 항공, 호텔, 대형마트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같은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노조 측은 "대형 가맹점들이 우월적 권한을 이용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금융위는 실효성 있는 조치 실행과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책적 대안으로 카드수수료 하한선(최저가이드라인)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최저가이드라인을 통해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와의 불평등한 수수료체계를 평등하게 바꾸는 해결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가맹점에는 무이자할부,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마케팅 혜택을 많이 본 대형가맹점이 그 만큼의 비용을 지불한다는 원칙을 인정하고 수수료 인상을 적극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앞으로도 많은 대형가맹점과 협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제부터라도 금융당국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카드수수료율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3년마다 새로 산출한 적격비용(원가)에 카드사별 마진을 더해 정해진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산출된 적격비용을 바탕으로 올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에 돌입했다.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낮추는 대신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려 역진성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앞서 카드사는 현대차에 종전 1.8%대인 수수료율을 1.9% 중반대로 0.1∼0.15%포인트 인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동결에 가까운 0.01∼0.02%포인트 인상으로 맞서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후 현대차는 지난 8일 카드 수수료율을 종전 1.8% 초중반대에서 1.89%로 인상하는 조정안을 각 카드사에 제시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카드가 1.89% 안팎으로 현대차와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했고 지난 11일에 BC카드도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의 가맹 계약 해지 통보에도 마지막까지 협상을 이어갔던 신한·삼성·롯데카드마저 기존에 현대차가 제시한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카드업계의 패배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카드사들이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백기를 들면서 통신사와 대형 유통업체 등과 진행할 수수료 인상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의 계약 해지 전략이 사실상 효과를 보면서 다른 업계 대형 가맹점들이 비슷한 태도로 협상에 임하면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협상은 카드수수료 개편 원칙에 입각해 양측이 협의하며 해결하는 과정"이라며 "적격비용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전제 하에서 카드사와 가맹점이 줄다기리를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따르는 것이지만 원칙에 어긋난다면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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