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0억원대 슈퍼개미 김진수 씨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전업투자자 김진수 씨를 만났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3000만원으로 100억원대 자산가가 된 슈퍼개미에게도 첫 주식투자 경험은 뼈아팠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의 카페에서 전업투자자 김진수(사진·40)씨를 만났다.

패션업체에서 일하던 김진수 씨는 2011년 8월 적금으로 모은 2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호기심에 생애 처음 해봤던 주식투자였다. 코스닥, 코스피 업종에 골고루 투자했지만 1주일 만에 투자금을 거의 다 날리고 말았다. 하필이면 당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불거졌다. 그해 코스피지수는 2070.08으로 출발해 1825.74로 마무리했다. 11.80% 급락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던 것 같다"며 "그렇게 2000만원을 날린 것을 계기로 주식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2년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패션업체에서 7~8년 일했는데 더 이상 직장에서 소모될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체력은 바닥났다. 다행히 결혼 전 아내도 동의해줬다.

2013년 30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부인이 주택청약으로 모은 돈 2000만원과 본인의 자금 1000만원을 합친 종잣돈이었다. 속 편하게 '주식 망하면 취직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과감하게 신용대출 등 레버리지를 써서 많은 수익을 올렸다.

◆"투자성공 비결은 오래 지켜보는 장기투자"

종목은 신중하게 골랐다. 실적이 나올 때마다 2000여개 정도인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모두 확인했다. 엑셀에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지표를 담고,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계산했다.

이 중 매출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부진한 기업을 선별했다. 이를 관심종목으로 두고 오랫동안 지켜봤다. 직접 발품도 팔았다. 관심종목의 주식담당자(주담)와는 자주 통화했다. 공급계약 공시가 나면 주담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궁금한 사항을 확인했다. 일주일에 2~3번 가량 주담과 통화했다.

"영업이익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떨어진 회사는 50개 정도 나옵니다. 이 중 B2C(기업·소비자간 거래)기업인데 광고비가 많이 나와 영업이익이 크게 낮아졌으면 다음분기 정도 좋아지겠다 싶어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50개를 찾으면 3~4개는 실적이 정말 개선되고 나머지는 안 좋아집니다."

2013년 나이스정보통신(20,850 -0.95%)은 시장의 오해에서 힌트를 얻어 찾아낸 종목이다. 그해 초 5140원에서 출발했던 나이스정보통신은 4700원(2013년 4월16일 종가)까지 내려갔다. 4월15일엔 7.50%나 급락하기도 했다.

주가 하락은 KB국민카드 때문이었다. 2013년 4월 KB국민카드는 신용카드 결제 승인을 대행하는 부가통신사업자(VAN) 역할을 축소하고, 카드사와 가맹점이 직접 처리하는 방식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신용카드로 1만원 이하 소액결제가 늘어나면서 VAN사 수수료가 영세 가맹점에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꺼낸 자구책이었다.

"주변 사람들과 나이스정보통신에 대해 공부해봤더니 KB카드가 VAN사를 통하지 않으면 비용만 더 들고 비효율적이었습니다. KB카드가 추가로 카드단말기를 놓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았는데요. KB카드 발표에 주가가 빠졌지만, 성장성이 좋다고 판단해 주식을 많이 샀습니다. 실제로 KB카드는 기존 계획을 철회했고, 나이스정보통신은 2년 뒤 4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전 1만5000원대에 팔았습니다."

2016년엔 우진플라임(5,720 -0.52%)을 매수해서 수익을 올렸다. 우진플라임은 2016년 초 4500원이던 주가가 연말 7970원까지 올랐다. 2015년 우진플라임은 본사를 인천에서 충북 보은 공장으로 이전했다. 공장 이전으로 회사 실적은 좋지 못했다. 2014년, 2015년 매출은 1800억원대로 비슷했지만, 2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우진플라임은 지방으로 공장을 확장·이전하면서 고정비가 2배 늘어 적자가 엄청 심했습니다. 매출이 오를수록 고정비 절감 효과가 나온다는 것을 노렸습니다. 그 이후로 모니터링을 했고, 2016년이 되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때 주식을 매수해서 수익을 봤습니다. 종목을 오래 보유하지는 않지만, 모니터링은 오래하는 편입니다."

매도의 적기는 시장에서 소문이 날 때라고 했다.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면 시장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우진플라임은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공장을 증설한 만큼 이 추이를 지켜봤습니다. 주담과 통화해 현황을 살피고, 분기별로 매출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죠. 그해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합니다. 시장에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얘기가 안 나오는 종목을 몰래 샀다가 시장에서 얘기가 막 나오기 시작할 때 파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물론 제가 팔고나서도 주가가 많이 오르긴 하지만, 매도 적기는 시장에서 얘기가 나올 땝니다."

2017년에는 자화전자(13,500 -2.88%)를 사들였다. 이 때는 경쟁사까지 수소문했다. 라이벌 의식이 있는 업계에서는 경쟁사의 단점을 얘기해준다는 점을 활용했다.

"경쟁사 주담들에게 물어보니 카메라 AF(자동초점) 기술은 자화전자가 모두 1등이고 자기네들은 2등이라고 했습니다. 경쟁사가 인정할 정도니 기술력이 대단한게 맞겠구나 싶어서 2017년에 매수했고, 지난해 초에 팔았습니다. 제가 팔고난 뒤에 자화전자는 갤럭시S9 카메라 수율이 안 나오면서 적자가 나서 주가가 엄청 떨어졌습니다."

김 씨는 자신의 투자기법을 장기투자라고 했다. 오랫동안 종목을 지켜보는 것도 장기투자의 일환이라는 점에서다. 종목을 지켜보다가 변화가 감지되면 매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사를 추리다 보면 좋아질 것 같은데 계속 안 좋아지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회사가 좋아지는 징후가 나타나면 주가는 미리 오르는 만큼 제가 다소 비싸게 사긴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수익률을 거둘 수 있습니다.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차라리 비싸게 사는 게 낫다고 봅니다."

◆"전업투자자 되기 위해선 소액이라도 분산투자 필수"

전업투자자라고 하면 아침부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해 주식 시장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잡고 있을 것 같았지만, 김 씨의 일상은 달랐다.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시초가와 종가 정도만 확인한다.

매수도 원하는 가격대에 걸어놓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체결만 확인한다. 매도 시기는 원하는 가격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목표수익률을 잡기보다 손실이 나면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지를 먼저 따진다.

"A종목이 오르면 10배, 하락하면 -50%고 B종목이 가격이 빠지면 -10%, 오르면 50%라고 한다면 저는 후자를 삽니다. 수익률 상승이 아니라 하락하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매일 확인하는 건 기사다.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올라오는 모든 기사를 읽는다. 미리 예상할 수 없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지난해 10월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기 전에 주식 비중도 줄일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S&P500 기업의 예상 순이익이 전년보다 25% 성장할 것이라는 게 시장 예상치였습니다. 그런데 추정치는 25%에서 21%, 18%, 15%로 계속 낮아졌는데요.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빠져야했지만 미국 증시는 계속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도 지속되고 거시경제 지표상 위험신호도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9월부터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여서 현금을 확보해뒀습니다."

시장흐름을 파악해 원자재 투자도 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엔 나스닥에서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다.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코스닥 레버리지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원자재인 유가도 거시경제에 연동되는 만큼 더 크게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유가는 42달러까지 빠졌는데 비이성적인 매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에서도 감산을 결정하면서 유가가 올라야 하는 상황인데 급락했기 때문이죠. 42달러를 찍은 날 원유레버리지ETF를 사들였고, 올 2월20일에 팔았습니다. 하반기에 셰일가스가 나오면 70달러까진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수익률은 100% 가까이 나왔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주식투자로도 눈을 넓혔다. 2017년엔 해외 주식을 처음 접했다. 당시 나스닥에 상장된 한국 게임회사 그라비티를 찾았다. 당시 시가총액 700억원이었던 그라비티는 5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도 없었다. 분기 40억~50억원씩 매출을 냈고, 모바일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라비티를 발견한 뒤에 바로 해외주식 계좌를 만들어서 처음 투자했습니다. 투자한 지 4개월이 지나 게임이 출시되면서 시가총액이 10배인 7000억원까지 두 달만에 올랐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전 그때 팔고 나왔습니다."

이후 그라비티 주가는 급락했고,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자 다시 매수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1100억원대로 다시 줄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낮아진 기대치보다는 높은 이익을 낼 것이라 보고 매수에 들어갔죠. 3~4개월 만에 4배 가량 올랐습니다. 올 2월에 조금씩 팔아 수익을 실현했습니다."

전업투자자로 살기 위해선 소액이라도 분산투자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분산투자가 필수라고 했다. 수익을 꾸준히 내야 하락장에서도 잘 버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식 시장은 언젠가 큰 조정이 오기 마련입니다. 2015년 장이 좋았을 때 저도 300% 수익을 냈고, 다른 사람들은 20배 수익을 보기도 했습니다. 장이 급락했을 땐 전 거기서 30% 손실을 봤지만, 큰 수익을 봤던 사람들은 3분의 1토막이 나있었습니다. 이를 2번, 3번 반복하면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주변에 전업투자를 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1년 수익률이 제가 높은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누적으로 따지면 수익률은 제가 제일 높은 편입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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