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서 첫 강연…방북 뒷얘기·북미협상 에피소드 털어놔
"향후 협상 기술적 얽매이지 말고 전략적 접근해야"


"이번 강연은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리고 제가 예언가는 아닙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30년 가까이 몸담은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22일(현지시간) 대학 강단에 섰다.

지난해 연말 CIA를 사직하고 미 서부 명문 스탠퍼드대학 연구원으로 온 그는 이 대학 월터 쇼렌틴 아시아태평양 연구소가 북한 비핵화를 주제로 개최한 특별 강연에서 연설했다.

CIA 고위간부 출신이 대중을 상대로 연단에 서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가 강연한 것은 현직에 있을 때를 포함해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2차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지난 한 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함께 대북협상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며 네 차례나 방북했던 그가 입을 연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연구소 측은 그의 전직 신분을 고려한 듯 강연 내용을 녹취하지 말도록 청중과 취재진에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앤드루 김 전 센터장은 방북 당시 폼페이오 장관 옆에 배석한 모습이 보도사진으로 전해지기는 했지만, 일반 대중 앞에서 얼굴과 육성이 공개된 것도 처음이다.

그는 "30년 가까이 CIA에 있었던 사람이 공개된 강연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내게는 매우 생소한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살아가며 너무 빨리 달리다 많은 것을 놓친다'는 혜민 스님의 명언을 인용하며 숨가빴던 대북 비핵화 협상 과정을 돌이켜봤다.

2017년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때 서울의 지인들에게서 '이대로 괜찮으냐'는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는 그는 2017년 4월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에 갔던 순간부터 되뇌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도 전했다.

김 위원장이 "난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지닌 채 평생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내용을 비롯해 치열한 토론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직접 겪어본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신뢰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면서 그동안 협상에서 어려움이 많았음을 내비쳤다.

자신이 수행한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서는 '굉장한 존경'을 여러 차례 표시했다.

김 위원장을 대화로 끌어내는 과정은 초스피드로 진행됐는데, 그 과정에서 발휘된 폼페이오 장관의 추진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센터장은 '동상이몽'이란 속담을 한국어로 말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관련 당사자들이 같은 자리에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고 돌이켜봤다.

그만큼 협상이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강연 말미에는 다시 동상이몽을 꺼내 들면서 (북미가) 같은 꿈을 꾸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앤드루 김은 향후 비핵화 맵을 그리고 협상을 이어가는 데 있어 기술적인 부분에 얽매이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입체적인 체스 게임을 하는 것과 같고, 앞에 무엇이 있는지 전략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연이 끝나자 국내와 미국 언론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나는 예언가가 아니다"라면서 말을 아끼면서도 "첫 만남보다는 (2차 북미회담이) 더 생산적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애초 지난해 여름 CIA를 떠날 생각이었으나 북미 협상이 극적으로 진전되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한동안 '임무'를 연장했다가 지난 연말 사직했다.

미 국무부는 그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의 환상적이고 훌륭한 파트너였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강연 후 "스탠퍼드대에는 4월 말까지 있을 예정"이라며 "재충전의 기회도 된다.

하지만,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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