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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영화 등 비판적 후기에 사이버 명예훼손 고소 잇따라
"건전한 비판 목소리에 재갈…사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 주장도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칼끝이 일부 ‘악플러’에게만 향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에까지 타격을 준다. 허위는 물론 실제 사실을 공개했더라도 온라인 공간에서 타인의 명예를 떨어뜨리면 범죄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토대가 되는 정보통신망법(70조)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 사실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아니면 7년 이하의 징역·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일각에서는 사실 적시 사이버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법에 명시된 비방과 일반적인 비판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배경에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맘카페’나 블로그 등에 각종 물건과 영화에 관해 비판적 후기를 올려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일단 소송에 휘말리면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히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많다. 실제로 한 아파트 노인정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주민은 사실을 말했음에도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미투(me too·나도 고발했다) 운동’이 촉발하면서 온라인을 포함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논란이 더욱 커졌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에게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당하는 일이 생기면서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4만여 명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미투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명예훼손의 역고소를 방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6년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형법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인터넷 이용률이 높은 상황과 명예와 체면을 중시해 비방 댓글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하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재판부는 “명예훼손적 표현을 규제해서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명예훼손죄에도 위법성 조각 사유(정당방위 등 형식적으로는 죄가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 사유)를 일단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에는 공공의 이익이 있는 폭로의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지만 사이버 명예훼손죄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며 “판사 개인의 판단으로 무죄를 선고할 수 있겠지만 명문화 규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처벌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은 4개 주를 제외하고 명예훼손죄가 아예 없다. 형사 처벌이 아니라 민사 소송으로만 다룬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하고 명예훼손은 개인 간 분쟁이므로 국가 권력이 개입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민사 소송액은 형사처벌을 하는 국가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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