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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이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안에 일반 명예훼손 사건 건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접수된 사건은 1만4661건으로 2014년(7447건)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일반 명예훼손 사건은 지난 5년 동안 연 1만5000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이 일반 명예훼손을 곧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게시물과 댓글을 통한 온라인 의견 개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피해 회복도 어렵기 때문에 최대 형량이 징역 7년에 이른다. 일반 명예훼손(5년)보다 더 많다. 하지만 실제 처벌 수위가 낮아 사회적 경각심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최근에야 사이버 명예훼손의 책임을 엄하게 묻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주로 벌금형이던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양형을 높이고 있다”며 “인터넷 이용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이버 명예훼손 위험 수위

비공개 사진 촬영 모델로 일하면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유튜버 양예원 씨가 이달 초 100여 명을 사이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인터넷에 ‘꽃뱀’ 등의 단어를 사용한 글을 올려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양씨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지금까지 8만여 개의 악성 댓글 증거를 확보했고 다음달 초 100명 이상을 추가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씨의 사건처럼 사이버 명예훼손을 이유로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한 사건은 지난해 1만4661건이었다.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이 더욱 확장되고 이를 통한 의견 개진이 활발해지면서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악플만 달아도 징역 3년9개월 '사이버 명예훼손 공화국' 오명 벗을까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3명 중 1명 “사이버 폭력 당했다”

2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과 검찰에는 하루 평균 40여 건꼴로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이 접수됐다. 이 중 4건 정도가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졌다. ‘악플’ 피해자는 주로 유명인이지만 일반인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학생과 성인 7562명을 대상으로 사이버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30% 정도가 온라인에서 언어폭력과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람들은 대부분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았다. 블로그 등에 악성 글을 올리면 100만~200만원, 댓글을 통한 비난 등은 50만~100만원 정도다. 온라인게임 채팅창에서 상대방을 ‘대머리’라고 비하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학생이나 주부가 벌인 일은 아예 기소를 유예하기도 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피해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는 한꺼번에 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은 개개인에게 일일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게다가 많아야 200만원, 보통은 자동차 접촉사고 보상 수준인 수십만원 정도를 받고 마무리된다.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놓고 악플을 단 가해자와 100만원에 합의하는 식이다. 양씨처럼 악플이 너무 많아 같은 소송절차를 반복해서 하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가해자 1명을 상대로 한 소송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2~3년 전과 비교하면 위자료 수준이 높아졌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로 소송을 못 하는 피해자가 많다”고 말했다.

악플만으로도 징역 3년9개월 가능

사이버 명예훼손의 처벌 수준이 낮다 보니 사회적 경각심도 크지 않다. 한 여성 연예인 기사에 “꽃뱀도 시집만 잘 가면 땡이구나”란 악플을 쓴 B씨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법적 처벌 한도로 보면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일반 명예훼손보다 중죄에 해당한다. 정보통신망법(70조)에서 허위 사실 기반의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시글이 사실이라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감수해야 한다. 온라인 특성상 정보 유통이 매우 빠르고 피해를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명예훼손은 허위 사실이라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법원은 최근 들어 엄벌주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성의 유튜브 영상에 모욕적 댓글을 6차례 남긴 30대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4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카카오톡으로 허위 지라시를 지인에게 퍼나르기만 한 B씨에게는 벌금 200만원을 결정했다. 2017년에는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50대에게 검찰 구형(3년)보다 높은 징역 5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악플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신설했다. 온라인에서 허위 사실을 반복해서 퍼뜨리는 등 가중 요소가 있을 때는 악플만으로도 최대 3년9개월까지 징역형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비서를 네 차례 성폭행하고 여섯 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받은 형량은 3년6개월이었다. 양형 기준은 법관이 형벌을 정할 때 참고사항에 불과하지만 일선 재판의 90%가 양형 기준을 준수한다.

카카오톡으로 욕해도 처벌받아

전문가들은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를 당하면 관련 글을 캡처해 증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 포털사이트에 해당 글의 삭제나 임시 게시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법적 조치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연성과 피해자 특정 등 해당 범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 등에 악플을 다는 경우는 물론 카카오톡을 통해 한 사람에게만 명예훼손성 발언을 했더라도 공연성을 충족할 수 있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를 퍼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시글이나 댓글에서 피해자의 이름이나 사진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에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OO대학교 OO학번 남학생’이란 표현만 있더라도 전후 문맥에 따라 해당 인물을 유추할 수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 법무법인 동헌의 전태진 변호사는 “형사처벌만 강화할 게 아니라 민사상 배상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단하게 하고 위자료 액수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댓글에는 사회적 여론 형성 등 긍정적 역할이 분명히 있다”며 “규제 일변도로 댓글을 바라보기보다 선플운동 등을 통해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을 끌어올리는 게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인혁/박종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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