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JTBC에 밀린 지상파 드라마가 시청률을 높이려 무리수를 두다 곤경에 빠졌다.

최근 MBC, KBS, SBS 등 지상파는 주말극 위주로 집필했던 스타 작가를 평일 프라임타임대 드라마로 데려오고, 톱 배우를 채용하는 등 시청률 전략을 짜왔다. 하지만 이같은 자구책은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 21일 종영된 SBS '황후의 품격'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드라마를 쓴 김순옥 작가는 '막장'계의 대모로 꼽힌다. 그는 '아내의 유혹'(2008~2009), '왔다, 장보리!'(2014), '내 딸, 금사월'(2015~2016), '언니는 살아있다'(2017)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연출은 고현정 하차 사건의 중심에 있던 드라마 '리턴'의 주동민 PD가 맡았다.

'황후의 품격'은 장나라, 신성록 등의 열연과 자극적인 전개가 앙상블을 이루면서 시청률 15%를 유지하더니 자체 최고 시청률 17.9%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그러나 방대한 스케일에 비교해 제작 기간은 짧았고, 지상파 드라마의 고질병인 '생방송 촬영'이 이어져 논란이 됐다.

스태프가 29시간 30분 연속 촬영을 한 적도 있다며 SBS를 고발하는가 하면 주연 배우인 최진혁과 신성록이 액션 장면을 찍다가 연이어 다쳤다.

또 초반부터 이어진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 제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시청률 상승에 힘입어 연장 결정을 했으나 남자 주인공 최진혁이 합류 불가 의사를 밝히면서 주인공 없이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과 최진혁 측의 불화설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잡음에 시달렸다.

그래도 주말극 작가의 평일극 진출로 시청률을 챙긴 사례가 나오자 KBS 2TV도 이에 편승했다.

'왜그래 풍상씨'

'소문난 칠공주'(2006), '조강지처 클럽'(2007~2008), '수상한 삼형제'(2009~2010), '왕가네 식구들'(2013~2014), '우리 갑순이'(2016~2017)의 문영남 작가를 수목극으로 '왜그래 풍상씨'를 방영 중이다.

장남 풍상(유준상 분)과 철없는 동생 넷의 이야기를 담은 문 작가의 신작 '왜그래 풍상씨'는 캐스팅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KBS 주말극에 딱 어울릴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KBS의 기대처럼 이 작품은 주부 시청자들을 끌어오는 데 성공해 시청률 15% 돌파를 목전에 뒀다.

하지만 속을 쥐어뜯는 듯 배배 꼬인 스토리는 '황후의 품격'과는 또 다른 의미 피로감을 시청자들에게 안기고 있다.

KBS 2TV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대놓고 사고가 난 경우다. 박신양과 고현정, 두 톱배우의 더블 캐스팅에다 지난 시즌의 성공까지, 흥행이 보장된 듯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방영 전부터 이 드라마는 SBS '리턴' 촬영 중 제작진과 불화로 하차한 고현정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한상우 PD와 배우의 불화설이 제기되면서 메인 PD 교체설도 불거졌지만 제작진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연배우 박신양은 촬영 도중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면서 2주간 결방되기도 했다.

이어 극중 주요 조연배우로 출연 중이던 이미도, 조달환이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조들호2' 측은 "1회부터 마지막까지 나오는 인물은 조들호(박신양), 이자경(고현정) 밖에 없다"면서 "원래 에피소드가 끝나면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빠지고 투입된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갈등이 노출되진 않더라도 최근 지상파 드라마는 내부 관계자들조차 "이렇게 심각한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천만배우 대열에 합류한 주지훈의 브라운관 복귀작 MBC TV '아이템'조차 시청률이 5% 이하로 주저앉았다.

주지훈을 비롯한 진세연, 김강우 등의 스타 캐스팅과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등 볼거리는 있지만 정작 잘 꿰어지지 못한 스토리가 발목을 잡았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제작비가 점점 늘어나는 시장 속에서 지상파의 제작비는 점점 줄고 있고, 그래도 성과는 내야 하니 자꾸 콘텐츠를 잘 만들려고 하기보다 빠른 길로만 가려고 한다"며 "그렇다 보니 자극적인 연출과 일관된 스토리 없이 톱배우 캐스팅에 의존하려는 꼼수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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