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기업로고(CI) / 사진=박상재 기자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2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와중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업계는 경쟁력 후퇴뿐 아니라 고용 위축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22일 기아차 노동조합 소속 2만70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확대 소송에서 원고(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핵심 쟁점이 된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은 인정되지 않았다. 신의칙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에 ‘신의’를 강조하는 민법 2조 1항의 원칙이다. 근로자들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춰 제한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아차가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정 금액은 일부 줄어들었다. 중식비와 일부 수당 등을 인정 범위에서 제외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아차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1심의 4224억원에서 1억원가량 줄었다.

기아차는 지금 추세대로 라면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퇴직금 등 임금부담 등을 감안해 미리 쌓아둔 9777억원의 충당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1575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판매 등 차 산업 환경도 좋지 않다. 기아차의 지난해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280만9205대를 기록했다. 전년(274만3145대) 대비 2.4% 늘었지만, 미국 시장 부진이 뼈아팠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에선 1.7% 줄어든 59만583대에 그쳤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글로벌 차 시장 정체, 주요 업체 간 경쟁 심화 등도 기아차를 옥죄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 패소 여파는 기아차에만 그치지 않는다. 노동시장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12월 진행하던 생산직 채용을 중도에 멈췄다.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서다.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는 생산성 역시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차 생산량은 전년보다 2.1% 감소한 402만8834대로 집게됐다. 2015년 456만 대를 만든 이후 해마다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협력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아차가 부품 협력사들의 납품 물량을 줄이거나 단가를 낮출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뿐 아니라 협력사까지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며 “미국 제너널모터스(GM)의 한국 철수설 만큼의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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