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유빗 대표의 내부횡령·배임 탓" vs "단순 실수일 뿐"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빈이 파산을 선언했다.

박찬규 코인빈 대표(사진)는 20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산을 신청한다고 발표했다. 홈페이지 이용과 입출금도 막혔다. 파산으로 인한 코인빈 이용자 4만여명의 피해 규모는 총 29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코인빈은 2017년 12월 170억원 규모 해킹 피해를 입은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을 인수한 업체다. 유빗은 앞서 같은해 4월 55억원 규모 해킹이 발생한 야피존을 승계했었다. 즉 야피존-유빗-코인빈으로 영업이 승계된 끝에 이번에 파산하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빗의 해킹 피해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금액보다 100억원이 많은 270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내부 횡령·배임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가 담긴 콜드월렛(온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은 암호화폐 지갑)의 프라이빗키(비밀키)를 분실했다는 설명. 회사가 밝힌 피해 규모는 520비트코인(BTC), 101.26이더리움(ETH) 수준으로 이 금액만 약 23억5000만원 정도다.

박 대표는 유빗 대표를 지내고 코인빈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한 이모씨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씨가 코인빈에서는 거래소 업무를 담당해왔는데 사무실 컴퓨터에서 혼자 비트코인을 일부 인출하면서 새로 생성된 비트코인 프라이빗키를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2014년부터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했고 관련 서적도 출판한 전문가라 실수로 프라이빗키를 분실했다고 보긴 어렵다. 당시 업무도 비정상적으로 이뤄져 횡령·배임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로 23억5000만원이 아무도 인출할 수 없게 묶였다는 얘기다.

코인빈은 법원에 파산 신청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피해는 293억5000만원 가량 된다. 코인빈이 유빗을 인수하며 유빗 회원과 해킹 피해액 270억원도 함께 떠안았기 때문이다.

코인빈은 유빗 해킹 피해액의 30%에 해당하는 거래소 자체 암호화폐 '코인빈 코인'을 발급해 회원들에게 우선 지급했다. 코인빈을 운영하며 발생한 수익으로 해당 암호화폐를 사들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가상계좌 이용이 막히며 코인빈의 지난해 매출은 2000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해당 암호화폐 매입도 이뤄지지 않았다. 회원 피해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 이번 프라이빗키 분실 사태로 23억5000만원 규모 손실이 추가 발생해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났다.

박 대표는 "이씨의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피해금액을 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객 피해액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씨는 "암호화폐 이체 과정에서 새로운 프라이빗키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파일을 삭제한 것"이라며 횡령·배임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프라이빗키 분실은) 고의적 행위가 아닌 단순 실수로 프라이빗키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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