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문 대통령-트럼프, 美·北 정상회담 앞두고 35분 통화

문 대통령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사업까지
미국의 부담 줄여줄 수 있어
北 비핵화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의 역할 활용해달라"

트럼프 "문재인 대통령과 나, 둘 다 아주 잘해오고 있다
회담 후 직접 만나 성과 공유"
"美·北 연락사무소 개설 논의"…CNN·WSJ "진지하게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8일 앞둔 19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 한국을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중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남북 경제협력 등의 당근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 北 비핵화에 적극적 역할

문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부터 35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조 방안을 중점 협의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취임 후 19번째며,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9월 4일 이후 168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남북 경협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프로세스를 큰 폭으로 진전시킬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하노이 회담이 지난해 6월 이뤄진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를 기초로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발전을 구체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등 핵 동결에 대한 당장의 상응 조치로 경협 재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와 미국 협상 실무진은 대북 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남북 경협을 재개할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촘촘하지만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최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첫 단추로 템플스테이를 추진하자는 뜻을 밝히는 등 남북 경협에 시동을 걸기 위해 군불을 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적극적인 모습에 “문재인 대통령과 나, 우리 두 사람은 아주 잘해오고 있으며 한·미 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평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에게 하노이 회담 관련 준비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아울러 “하노이 회담을 마치는 대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알려주겠다”고도 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관련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한편 이번 통화에서 대화 주제 중 하나로 예상됐던 ‘무역확장법 232조’에 관한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북·미 회담 하나만 놓고 통화했다”고 말했다.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도 논의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락관 교환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락관 교환이나 연락사무소 설치가 이뤄지면 70년간 이어진 미·북 적대관계 종식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CNN은 외교소식통을 인용, “미·북 관계 개선의 첫걸음은 연락관 교환이며 관련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미국 측에선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고위 외교관을 북한에 파견해 연락사무소 설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줄이지 않으면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북한이 연락관 교환이나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하면 관계 정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다. 통상 연락사무소 개설 이후엔 관계 진전에 따라 정식 수교 및 대사관 설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쟁을 치른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며 경제 발전의 길을 걸은 베트남도 연락사무소 설치라는 중간 단계를 거쳤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박재원 기자 hohobo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