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개변론…5월께 결론

"명의신탁 투기·탈세 악용…반사회적 행위 근절 필요"
"아무런 대가 지불 없이 소유권 넘기는 것은 과도"
다른 사람 명의로 산 부동산은 원 소유주(명의신탁자)와 등기명의인(명의수탁자) 중 누구 것일까.

지금껏 대법원 판례는 실제 매수 금액을 부담하고 땅을 이용 중인 명의신탁자 소유라며 소송을 통해 명의를 바꿀 수 있도록 해왔다.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선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할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2002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명의신탁 행위가 1995년부터 시행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당시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신탁자가 등기를 되찾아올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 부동산실명법 취지에 어긋난 판결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17년 만에 다시 관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측에서는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뒤집어 불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는 “명의신탁은 부동산 투기와 탈세 등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고 이런 행위는 반(反)사회적 질서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중”이라며 “형사적으로는 법 위반이라고 보고 처벌하고 있는데 민사적으로 명의신탁자 재산을 인정해 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건수는 법 시행 이듬해인 1996년 59건에서 2005년 1387건으로 급증해 이후부터 비슷한 수치를 유지 중이다.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보호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한 제재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신탁자의 재산권을 박탈해 아무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수탁자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불법 행위에 함께 가담한 명의수탁자만 유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는 5월께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기존 판례가 뒤집혀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했을 때 원 소유자가 소유권을 되찾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 부동산 거래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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