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간판’ 따지는 벤츠
가족 중 대기업 다니면 공동명의 권해
E클래스 경우 약 230만원 깎아줘
현대차 등 일부 제외
전문가 “엄연한 경제적 차별 행위다”
[기가車네] 벤츠의 흑심…"제네시스 타? 200만원 더 빼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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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대기업에 다니면 차 값의 3%를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안 됩니다.”

‘할인’ 엔진을 단 수입 자동차 공세가 거침이 없다. 지난해 판매량이 26만 대를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 최다 기록은 2015년 24만3900대였다.

수입차 시장의 놀라운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단연 메르세데스벤츠다. 벤츠를 판매하는 공식 딜러는 저마다 이례적으로 할인 공세에 들어간 지 오래다.

딜러는 얼마나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할까. 이달 중순께 서울 강남의 벤츠 전시판매장에 가보니 차 값의 6~7%가량 싸게 팔고 있었다.

상담 받는 과정에서 귀 기울이게 만든 건 ‘대기업 할인’이었다. 딜러는 “금액을 최대한 낮춰 주겠다”며 “다니는 직장을 알려 달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주요 대기업들 명단 목록을 펼쳐 보이더니 들여다 봤다.

그는 “400대 대기업인 경우 대부분 차 값에서 3%를 추가로 깎아준다”고 강조했다. 이유를 묻자 “고객 유치를 위한 차원”이라면서 “내부적으로 서로 업무협약을 맺고 특별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세단 ‘E클래스’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주력 차종인 E클래스 익스클루시브(7690만원)는 대기업에 재직하기만 해도 약 230만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다만 ‘되고 안 되는’ 나름의 조건이 있다. 딜러는 “르노삼성은 할인이 가능하지만 현대차에 다니면 어렵다”며 “각 회사마다 적용되는 게 다르다”고 귀띔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한다고 말하니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쥐고 있던 볼펜 뚜껑을 열었다. 이어 “직계가족 중 한 명만 대기업에 다니면 상관없다”면서 공동 명의로 전환할 것을 추천했다. 곧바로 재직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 등 필요한 증빙서류를 자세히 적어 보여줬다.

딜러는 “공동 명의로 할 때 부담하는 차 값 비율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며 “이 기회에 장만하시죠”라며 매매 계약서를 내밀었다. 받아든 신차 매매 견적서에는 기본 혜택을 더해 ‘할인금액 430만7000원’, ‘현금 캐시백 100만원’, ‘통장 입금’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업 규모 및 형태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이 엄연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 같은 마케팅은 ‘경제적 차별’”이라며 “단순히 소득 수준에 따라 나누는 것은 옳지 않을 뿐더러 사회적 분위기를 외면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만약 판촉행사를 강화 해야 한다면 반대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을 끌어들여야 한다”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독일 본사가 지정한 국내 주요 그룹사와 매출 상위 대기업 등에 임직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중견기업과 지역별로 일반 법인에게도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홍보 부스(전시관)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벤츠는 그간 내수 시장에서 고급화를 내세우며 할인에 인색한 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수입차 업체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기조를 바꿨다. 한 때는 중형 세단 E클래스에 1000만원 가까운 할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말 내놓은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된 신차 C클래스 220d 역시 일부 할인해서 판매했다.

시장에서는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겪은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복귀 하면서 판매 1위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당장 팔 차가 부족한 상황도 벤츠를 옭아매고 있다.

벤츠는 GLA와 GLC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라인업 재정비 과정을 밟고 있다. GLE와 A클래스 등은 완전 변경(풀 체인지)을 앞둬 재고가 거의 소진됐다. 한 딜러는 “지금 어찌 됐건 E클래스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독일 본사로부터 들여오는 물량이 부족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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