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DNA 없다는 靑…블랙리스트 등에 모르쇠"

나경원 "권력형 비리 없다더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실로 문 대통령, 닉슨과 다르지 않다"

바른미래 "박근혜 정부와 다른게 뭐냐"
수사 미진 땐 특검·국조 추진

靑 "답변할 내용 없다"
野 공세에도 靑은 묵묵부답…한국당 "침묵은 진실 은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정국의 핵(核)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사임시킨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비유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국정조사나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경원 “문 대통령, 닉슨과 닮은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열린 원내대책 회의에서 지난주 방미 때 워싱턴DC 워터게이트호텔에 묵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닉슨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얼마 전 ‘권력형 비리는 한 건도 없다’고 했지만,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전 검찰 수사관)이 폭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닉슨 대통령은 ‘대통령이 하는 일이라면 불법이 아니다’고 항변했었다”며 “문 대통령의 말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1972년 대선을 앞두고 닉슨 당시 대통령의 백악관이 민주당 선거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적발된 사건이다. 닉슨 대통령은 이를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가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자 물러났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김태우 특검과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 요구에 묵묵부답”이라며 “하지만 제2, 제3의 딥스로트(내부고발자)는 또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과거 정권의 블랙리스트를 두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 폭력’이라고 했는데, 현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도 되느냐”며 “박근혜 정부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우리 당은 즉시 국정조사나 특검 도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묵묵부답

청와대는 야당의 거듭된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전 수사관이 작년 12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만 해도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 사찰 DNA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했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며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오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현안 점검 회의에서도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안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정말 불법 행위였는지, 아니면 업무상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인지 판단하기 이르다”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해 개인의 주장과 언론 보도에 나온 일부 내용에 기대 공세를 펴는 (야당의) 행태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이 같은 대처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김한표 한국당 의원은 “청와대의 침묵은 또 다른 진실을 회피하는 은폐이고, 바로 이것이 거짓”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일부 의원의 ‘5·18 망언’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국회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 할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역공세를 가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국회를 헌법 정신을 훼손한 자기부정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대통령 최측근은 선거에서 여론조작을 해 구속되고,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민간인 사찰이 밝혀진 마당에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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