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前장관 개입정황 포착
"검찰, 공개 소환조사와 靑 윗선 수사 불가피" 분석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환경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직접 관여했다는 핵심 정황을 포착한 데 이어 최근 김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최근 김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14일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환경부가 이전 정권 때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표적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 등을 확보하고 김 전 장관이 문건 작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진술까지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확보한 ‘임원에 대한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 등 환경부 감사 수감 현황 보고’ 문건엔 ‘대응 수준에 따라 고발 등 적절한 조치 예정’과 같은 사퇴 압박을 암시하는 표현이 다수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말 김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달 초 김 전 장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에 사퇴를 압박했다는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또 당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블랙리스트 관련 사항을 보고받은 것으로 지목됐지만 실제로는 인사수석실이 환경부의 보고를 받은 정황이 포착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환경부의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한 감사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며 “산하 공공기관 관리·감독 차원에서 작성한 각종 문서는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해온 ‘체크리스트’”라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선 조만간 김 전 장관 공개 소환조사와 함께 청와대 윗선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부 내부에서는 “김 전 장관이 독단적인 판단으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거나 표적 감사를 했을 리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사 결과 청와대가 직간접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닮은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블랙리스트’ 문건에는 환경부의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등이 들어 있다. 모두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관련 인사 등을 공직에서 배제하기 위해 만든 문서로 해석된다. 김 전 장관 재임 시절 문건에 등장하는 8개 기관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주당 당직자와 의원 보좌관, 친여 성향 단체 출신 등 친정부 인사 12명이 주요 임원으로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진/심은지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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