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착공 변수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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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대어급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 7800억원 규모의 ‘잃어버린 땅’을 놓고 소송전이 벌어진다. 단지 한복판에 있고 면적이 상당해 당분간 사업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소송 과정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인 데다 향후 기부채납 비율 변경 등에 줄 영향이 커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은 이달 초 LH를 상대로 단지내 LH 땅 소유권 이전에 대한 민사소송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조합원들에 등기가 되지 않은 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로 남아있는 토지 2만687㎡가 대상이다. 이땅의 가치는 2017년 추정감정가격 기준으로 7800억원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2090가구를 헐고 5748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 사업지다. 이 사업지 내 LH 땅엔 단지 관리사무소, 노인정, 테니스 코트 등 공용 시설이 들어서 있다. 아파트가 분양된 1973년 주민에게 분할 등기를 하지 않아 지금까지 LH 명의로 남아 있다. 주민들도 당시에는 재건축 대지지분 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 등기 이전을 요구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재건축 논의가 나온 2000년 LH에 토지 반환을 요구해 2002년 토지를 입주자 공동재산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등록세가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 대부분의 입주민이 등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이달부터 소송에 나선 것은 관리처분인가를 작년 12월에야 받아서다. 1·2·4주구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에 조합이 당사자 자격으로 LH와 소송을 할 수 있다”며 “관리처분인가 이전에는 최초 소유자와 순차 소유자 등을 따져 단지 소유자 전원이 소송에 참가해야만 하므로 사실상 소송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 조합원 일부는 관리처분인가 이전 소송을 일찍 성사시키기 위해 각 가구별 예전 소유주 등을 수소문하기도 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원 정 모씨는 “조합원 몇몇이 소송 참여 사례금 격으로 이른바 ‘도장값’을 걸고 한동안 예전 집주인 등을 물색했다”며 “오래된 아파트라 여러번 거래가 돼 이전 소유주들을 찾아 소송을 벌이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단지 LH 땅은 사업 주요 변수다. 단지 기본 설계안부터 실제 착공까지 남은 단계마다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으면 사실상 남의 땅이라 공사를 시작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게 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오득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장은 “이미 20년 이상 토지를 점유하고 있어 LH의 토지사용허가 승인이 없어도 착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초구는 난색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도정법 규정상으론 땅 소유권을 준공 전까지만 확보하면 되지만, 소송 결과 등 변수가 커 착공 가능 여부를 지금 결론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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