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기술 선점 위해 R&D 확대
인공지능·미래차 스타트업 투자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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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판이 뒤집히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차 등이 떠오르면서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서다. 기업의 합종연횡도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에 강점을 둔 국내 주요 기업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삼성과 애플 등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불리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추격자였던 기업도 언제든 선도자로 변신할 수 있다.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및 인재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한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주도권을 잡아라

AI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핵심 미래 먹거리로 꼽는 분야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전자회사로서 자사 제품에 AI를 적용하면 소비자 편의성을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회사의 방향성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AI 플랫폼 ‘빅스비’ 단독 체제로 주도권을 잡은 뒤 구글, 아마존 등과 순차적으로 협업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자체 AI 플랫폼 ‘딥씽큐’뿐만 아니라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등과 자유로이 협업하는 ‘열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두 회사는 AI 관련 원천기술 및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과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등 세계 7곳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다. 삼성은 2020년까지 한국 AI 총괄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 거점에 1000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 AI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에 있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소프트웨어센터 AI연구소에서는 음성인식, 영상인식, 생체인식 등의 인식 기술을, 미국 실리콘밸리 랩 산하 어드밴스트AI에서는 딥러닝과 미래 자동차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미래차 위한 합종연횡

미래차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도 이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시대에는 단순히 자동차 차체만 제조해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프트웨어 기업이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날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 고도화된 자율주행, 2021년 스마트시티 내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 2030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위해 인텔, 모빌아이, 오로라 등과 협업하고 있다. 2021년에는 세종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는 등 독자적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 사업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로보택시는 고객이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차를 부르면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닌,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SK그룹은 ‘자동차 없는 자동차 왕국’을 꿈꾸고 있다. 올해 초 ‘SK의 혁신적인 모빌리티’를 주제로 CES 2019에 참가해 처음으로 계열사 간 공동 부스를 꾸민 것이 대표적이다. 화학·통신·반도체를 3대 축으로 하는 SK그룹이 미래차를 중심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SK하이닉스는 자율주행·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에 필수적인 차량용 D램·낸드플래시를 전시했다.

SK텔레콤은 단일광자 라이다와 고정밀지도 업데이트 등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였다. 회사의 목표는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가 운행될 수 있는 ‘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협업도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의 기반이 될 고화질(HD) T맵을 개발 중이며 글로벌 초정밀 지도 기업 히어와는 자율주행스마트시티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전장 사업을 미래산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올해 CES에서 공동 개발 작품인 ‘차량용 디지털 콕핏’을 내놨다. 이미 중국 및 유럽 자동차 업체가 삼성과 하만 ‘듀오’가 제조한 차량용 디지털 콕핏을 도입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전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자동차용 조명 업체 ZKW를 1조원에 인수했다. MS, 룩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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