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논란' 벗어날지 관심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치료제
20여國서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판매허가 땐 시장성 크다" 기대
수익모델 없지만 코스닥 시총 2위

상반기 임상 '중간평가'가 변수
코스닥 시가총액 2위 바이오 기업 신라젠(66,600 +0.15%)이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한다. 자기자본 기준 9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이 투자에 나선다. 이번에 끌어모으는 자금은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등에 사용된다.

대규모 자금조달 나선 신라젠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키움증권과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각각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CB의 이표금리는 연 1%, 만기수익률은 연 4% 수준이다.

후순위 출자자의 수익률은 이보다 높은 연 8%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키움증권은 후순위 출자자를 구하는 대로 신라젠의 자금확충 일정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신라젠은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들어낸 바이러스를 이용해 면역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차세대 신약으로 꼽히는 이 회사의 펙사벡은 우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항암 바이러스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략한다.

펙사벡이 암세포를 골라내면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를 위험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면역항암제로는 다국적 제약사 암젠이 내놓은 ‘임리직’이 유일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2021년까지 전 세계 면역치료제 시장이 1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펙사벡 상용화에 성공하면 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 3상 확대

신라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허가를 2015년 받았다. 2016년 12월엔 이를 발판삼아 기술특례 절차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현재 미국, 중국 등 세계 20여 개국에서 600여 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바이오·제약 회사 중 면역항암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하는 첫 사례다.

신라젠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 중 약 1000억원을 임상 3상 규모 확대에 사용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연구개발(R&D) 등에 쓴다. 신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으로 펙사벡의 적용증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 ‘JX-970’에 대한 전임상도 추진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성공하면 임상 3상에 필요한 자금에 더해 여윳돈을 확보하게 된다”며 “신라젠이 자금 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R&D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용성 평가 통과할까

펙사벡 상용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신라젠은 아직 마땅한 수익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7년에 연간 570억원, 작년 1~3분기에 47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5조2280억원으로, 코스닥시장 2위다.

올 상반기는 펙사벡 상용화 성공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임상시험 평가를 담당하는 글로벌 자문기구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가 펙사벡의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의약품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해 연구를 계속할지를 알아보는 시험이다.

무용성 평가를 통과하면 펙사벡 상용화는 속도를 낼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라젠의 기업가치는 사실상 펙사벡에 대한 기대만으로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신라젠 시총 규모가 워낙 커 펙사벡 임상 결과에 따라 코스닥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김진성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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