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장기화…'탄력근로 확대' 등 민생법안 2월 처리도 난망

'네탓 공방'만 일삼는 여야
한국당 '김태우 폭로' 관련 특검, '손혜원 의혹' 국정조사 등 요구
민주당은 '5·18 망언' 단죄 촉구

2월 임시국회 자동소집되지만…
한국당 全大·미북회담 등 겹쳐…국회 정상화 사실상 물 건너가
카풀 관련법 등 입법 '가물가물'

특별활동비 1인당 94만원 받아…국회 파행에도 2억7000만원 지급

나경원 자유한국당(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협상이 결렬된 이후 여야는 17일까지 국회 정상화 방안에 대한 공식 논의를 열흘째 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첫 임시국회가 여야 대치 속에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한 채 17일 종료됐다. 2월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 한 달째 이어지는 여야의 ‘네 탓 공방’에 국회의 개점휴업 상태가 두 달째 지속되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이달 처리가 시급한 민생·개혁 법안 처리 역시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물 건너가는 2월 임시국회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법안 소위는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48일 동안 단 두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쌀 직불금제와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등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이 있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각각 한 차례 법안 소위를 열었다. 이달 들어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논란’으로 여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며 상임위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김태우 청와대 특감반원 폭로’ 관련 특별검사제 도입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국정조사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관련 국정조사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강행 철회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2월 임시국회에 응할 수 없다는 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요구를 하나도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양당은 서로 의견을 굽히지 않은 채 거의 한 달째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며 대치하고 있다.

임시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짝수달(2, 4, 6월) 1일에 30일 회기로 자동으로 열린다. 이번 임시국회는 1월 임시국회가 끝난 17일 이후 3일 이내에 재소집되지만 정상 가동을 위해서는 여야의 의사일정 합의가 필요하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조해주 위원 사퇴를 전제로 한 중재안으로 국회 정상화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한국당의 5·18 망언 논란이 나오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면서 “2월 안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고발로 날 새우는 국회

여야는 국회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정치권은 올 들어 상대 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만 총 일곱 건을 발의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한국당은 이른바 ‘5·18 망언 3인방(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을 단죄해야 한다”며 “경색된 국회를 풀 수 있는 첫 출발”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의 요구 사항 네 가지 중에서 하나만 양보해달라고 했는데 민주당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수용하고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으로부터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며 “원내수석부대표들과도 이달 들어선 공식적으로 협상하지 못하고 있어 국회 정상화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극적으로 의사일정에 합의하더라도 국회 본회의는 3월에나 열릴 가능성이 높다. 권미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달 말 미·북 정상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 등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이달 국회 본회의를 여는 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국회 파행에도 특별활동비는 챙겨

여권은 2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법안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교수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임세원법’ △카풀 도입 등을 위한 법인택시 월급제 도입 법안 △사립유치원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당초 ‘1월 합의 처리’를 약속한 선거제 관련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다.

이 중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해 주 52시간 위반 처벌 유예기간이 다음달 31일로 종료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했는데, 기업에 대해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 기간’을 뒀다. 국회 파행 속에 적지 않은 기업이 법을 어기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심사 역시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국회가 빨리 결정해야 한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특별활동비를 꼬박 지급받고 있는 국회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월 임시국회 회기 30일 동안 1인당 94만원, 전체 의원(활동 중인 291명 기준)에겐 2억7377만원가량이 지급됐다.

김우섭/박종필/배정철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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