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늑장추천 위원' 임명 거부됐지만 "靑, 재고해야" 사실상 재추천
한국당 뺀 여야 4당 "위원 변경하거나 추천권 반납하라" 맹비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이 자유한국당의 진상규명조사위원 재추천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됐지만, 진상규명의 주체인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5개월째 구성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특별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1명,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의 조사위원을 각각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해야 진상규명조사위가 구성돼 2년간의 진상규명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진상규명조사위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한국당 몫 추천 위원 때문이다.

야당 몫 4명 중 3명을 가져간 한국당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를 추천 대상자로 검토해 논란을 빚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에야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늑장 추천'했다.

그러나 이 중 자격요건 미달과 역사왜곡 우려를 낳은 권 전 사무처장과 이 전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거부당했다.

한국당은 이에 반발하며 두 인사를 그대로 다시 위원으로 추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7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우리 당이 추천한 인물에 대해 (법적 자격 요건 여부를) 청와대가 다시 검토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저희가 추천한 후보들은 위원 자격뿐 아니라 진상조사의 대상 범위에도 아주 적절하다"라며 "헬기 기총소사 부분도 진상조사 범위이기 때문에 군 출신 경력자나 법조인 출신, 탐사보도 등 역사적 고증 작업을 한 언론인 출신도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한국당의 이런 방침을 맹비난하면서 다른 인사를 찾아 위원으로 재추천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 사태와 관련해 한국당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려면 재추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압박 중이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국당이 '망언 3인방'에 대한 국민 기만적인 징계 유보 조치에 이어, 무자격 위원 추천 강행의사까지 분명히 함으로써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오만하고 뻔뻔스러운 태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백배사죄하고 이해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막가파식 행동과 판단력"이라며 "한국당은 진실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해 재추천하든지 아니면 추천권 자체를 깨끗하게 반납함으로써 국민 앞에 예의를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추천 거부된 인사들을 재추천하겠다는 것은 진상규명 작업 자체를 무산시키고 5.18북한군 개입설을 확증하겠다는 의도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한국당은 조사위원을 재추천하거나 추천권을 반납해 진상규명작업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5·18 진상규명 방해를 위한 위원 추천을 시작으로 최근 국회 5·18 망언과 가짜 징계 등 일련의 사태는 한국당의 의도된 기획에 가깝다"며 "이쯤 하면 대놓고 5·18 역사 쿠데타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4당의 힐난에도 한국당이 추천 위원을 변경하거나 자당 몫 추천권을 반납하지 않는 이상 진상규명조사위가 꾸려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당 몫 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7명만으로 진상규명위를 '개문발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특별법에는 '위원회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 이외에 다른 방안이 뚜렷하게 명시돼있지 않다.

결국 어렵게 시행된 특별법에도 한국당의 태도와 이에 따른 여야의 무한 대치로 5·18 진상규명이 하염없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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