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과 실물·심리지표간 괴리…통계방식 차이·양극화·고용부진 등이 배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 성장세라는 평가와 달리 체감경기는 싸늘한 현상이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산업생산 등 실물지표와 경제주체들의 심리지표가 부진한 것과 달리 경제성장률은 3년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괴리가 커서 현재 경기상황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작년 전(全) 산업생산 증가율은 1.0%로 2000년 집계 이래 가장 낮았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동반하락했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등 수출은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수출액이 작년 12월 1.3%, 올해 1월 5.8% 각각 감소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에도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달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는 91.4로 2016년 4월 이후 최저였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체 산업 업황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5개월째 비관론이 우세하다.

반면 한국은행은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전년(3.1%)보다 낮아졌지만 대체로 잠재 수준 성장세라고 평가한다.

작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와 내년 전망치는 각각 2.6%다.

지난해 보다 조금 낮은 성장세가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설명회에서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을 2.8∼2.9%로 추정했는데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현재는 2.6∼2.7% 정도겠다"라며 "잠재성장률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성장세"라고 말했다.

이런 괴리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기술적으로 GDP와 다른 지표들의 기준 차이가 언급된다.

GDP는 부가가치를, 산업생산은 산출량을 기준으로 한다.

GDP는 경제적 이익이 국내로 오는 해외생산도 포함하는데 산업생산은 국내 생산만 본다.

수출도 GDP는 실질 기준이어서 단가와 관계없이 물량만 반영된다.

실물지표나 경기선행·동행지수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심리지표에는 정부 재정지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반영되기 어렵다.

특히 작년에 이익률이 높은 반도체 비중이 커지고 정부 재정의 기여도가 높아지다 보니 지표 간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A 금통위원은 "우리 기업의 해외생산 확대,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부가가치율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산업생산지수 증가율에 비해 GDP성장률이 높게 나오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나 원유가격 하락에 영향받는 품목의 수출단가가 상당 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수출상황이 GDP통계가 포착하는 것보다 더 나쁘게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는 분배 불균형 심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계 소득격차는 확대됐고 기업 실적도 업종과 규모 별로 편차가 커졌다.

자영업자 여건이 어려웠다.

일자리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한 탓도 크다.

특히 청년과 전체 연령대 실업률 간 격차가 체감경기를 끌어내린 주 요인이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도 경제주체들을 위축시켰다.

한국 성장 견인차인 수출에 영향을 주고, 기업들의 투자결정을 주저케 하는 요인이어서다.

지난해 성장률이 3년 만에 하락한 점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체감경기는 성장률 하락, 경기흐름 약화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체감 경기 하강은 자기실현적으로 실제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 금통위원은 "현재 우리 경제가 경기순환과정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지, 향후 경기흐름이 어떠할지 등에 관해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한국 경제 기초체력을 높이고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이코노미스트는 "중기적으로는 경제활동 참가율을 올리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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