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릭 전 워싱턴 대주교, 성직서 쫓겨난 최고위직 사제 '불명예'

여러 건의 성 추문 사건에 연루된 시어도어 매캐릭(88) 전 추기경이 결국 사제복을 벗게 됐다.

교황청은 16일(현지시간)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을 비롯해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혐의를 받는 매캐릭 전 추기경의 사제직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자체 조사 결과 그가 고해성사 도중 신자들에게 성적 행위를 요구하는 등 의혹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엄중한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교회법상으로 지난달 11일 매캐릭에게 유죄가 선고됐으며, 그가 항소했으나 지난 13일 항소법정이 유죄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가톨릭계에서 신망이 두텁던 매캐릭 전 추기경은 미국 교회의 조사 결과 과거에 10대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가 인정돼 작년 7월 추기경단에서 물러났다.

그는 미성년자들뿐 아니라 성인 신학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도 받아왔다.

현직 추기경이 교황 다음으로 높은 직위인 추기경직에서 면직된 것은 로마 가톨릭 역사상 근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사제직에서까지 쫓겨남으로써 현대 가톨릭 역사상 성직을 박탈당한 최고위직 인물이자 유일한 추기경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수도를 관할하는 워싱턴 대교구장을 지낸 매캐릭 전 추기경은 현재 캔자스주 외딴 수도원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직을 박탈한 그가 계속 캔자스의 수도원에 머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톨릭에서 사제직을 박탈당할 경우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체 성사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잃게 되고, 사제복도 착용할 수 없다.

또한, 교회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재정적인 후원도 끊긴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50여 년 전 16세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에 대해 "아무런 기억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다른 성 학대 의혹과 관련해서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이번 조치는 교황청이 교회 내 성 학대 예방과 아동 보호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1일부터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결정 기구인 주교회의 의장들을 교황청으로 불러모아 여는 회의의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매캐릭 전 추기경의 본국인 미국을 비롯해 칠레, 호주, 독일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 학대 파문이 확산하자 위기감을 느낀 교황청은 21일부터 나흘간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 추문은 작년 8월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 출신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의 폭로로 교황에게까지 불똥이 튀며 가톨릭교회의 보혁 갈등으로 비화했다.

진보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맹렬히 비판해온 보수파의 일원인 비가노 대주교는 당시 가톨릭 보수 매체들에 편지를 보내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직후부터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는 데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교황 퇴위를 촉구했다.

교황은 비가노 대주교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의 신중한 판단을 주문한 바 있다.

한편, 매캐릭 전 추기경이 이끌던 미국 워싱턴 대교구는 매캐릭 추기경의 성직 박탈 발표가 나오자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이 매캐릭의 행위로 실망과 환멸을 겪은 사람들과 성 학대 생존자들의 치유 과정에 도움이 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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